피플 인 코브프라

희극인에게 웃음을 묻다
개그의 현재


경험과 시간의 힘은 물리적으로 느껴진다.
선배 개그맨 팀은 여유롭지만 신중했고
복잡한 생각 가운데 꺼낸 언어들은 절제되어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들에게서
희극인이 설 무대를 다시는 잃고 싶지 않다는 절박함이 내내 느껴졌다.

KoBPRA WEBZINE vol.85 INTERVIEWER 박여진   PHOTO 백홍기
peoplein_photo3

© KBS




개콘이 오랜 공백을 깨고 부활했습니다. 사실 무대가 없는 희극인은 비극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콘이 부활한 소감이 어떠신가요?

김성규(이하 김) : 감격이죠. 저에게 개콘이 중단되었다는 사실이 우리나라 코미디가 중단되었다는 사실로 느껴졌으니까요. 부디 개콘의 부활을 시작으로 M본부와 S본부에서도 코미디 프로그램이 부활하기를 바랍니다.

윤형빈(이하 윤) : 너무 감사하죠. 너무 소중하고요. 사실 무대가 없는 희극인은 더 이상 희극인이 아니잖아요. 얄궂은 현실 이야기를 하자면, 개그라고 하면 주류 장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인디 밴드에 대한 지원은 있어도 개그에 대한 지원은 없지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보면 지금 코미디는 비주류 중에서도 비주류인 현실이거든요. 개콘 부활 전까지는 무대도 없었고, 공연장도 거의 없었으니까요. 장르는 주류로 인식되지만, 현실은 비주류이다 보니 쉽지 않은 상황이죠. 그 와중에 부활한 무대이니 정말 소중한 기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권재관(이하 권) : 맞습니다. 힘든 시간을 보낸 동료들도 무척 많습니다. 저는 국방TV의 <위문열차>라는 프로그램을 하며 지냈지만, 아예 개그를 하지 못하며 지낸 분들도 많았어요. 모두에게 혹독한 시간이었습니다. 힘들게 보낸 분들이건 그렇지 않은 분들이건 모두에게 소중한 무대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정통 코미디를 볼 기회가 무척 적습니다. 공중파에서는 개콘이 유일하니까요. 정통 코미디가 정체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정통 코미디가 정체되어 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리얼 버라이어티나 관찰 예능처럼 즉흥적인 웃음을 선호하는 분위기로 흐름이 바뀌었기 때문일까요?

김 : 둘 다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정통 코미디 같은 경우는 개그맨들이 대사와 호흡을 모두 연구하고 준비해서 무대에 올라가는데, 이제는 시청자들이 어느 시점에서 어떤 분위기의 대사가 나올지 다 알고 있죠. 요즘 유행하는 관찰 예능의 경우, 시청자들은 어느 시점에서 웃음이 터질지 예측하지 못해요. 옷을 갈아입거나 양치질을 하는 순간에 예측 못한 웃음이 터지곤 하죠. 반면 정통 코미디는 호흡이 좀 길어요. 다시 말하면 한 번 웃기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긴 편이죠. 그런데 요즘 대중은 10초도 기다리기 지루해해요. 틱톡이나 쇼츠가 유행하는 것도 즉각적이고 빠른 웃음을 선사하기 때문이죠. 소위 밈 세대라고도 불리는 MZ 세대일수록 빠른 웃음을 소비하는 것 같아요.

권 : 개그가 정체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조금만 웃겨도 시청자들이 많이 웃어주셨어요. 다른 프로그램도 많지 않았고 개그맨과 시청자가 거의 동등한 선상에 있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달라요. 시청자들 수준이 무척 올라갔어요. 예전 같은 방식으로는 웃어주질 않아요. 이젠 저희도 더 창의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고 생각합니다.

윤 : 이런 말씀을 드리면 공감을 얻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개그맨들을 위한 좋은 회사, 좋은 시스템이 없는 것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원인이 있는데 그 원인들을 파고 들어가다 보면 개그맨들을 궁극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시스템, 회사의 부재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방송사 주도로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돌아갔다면 지금은 전문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그 주도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코미디라는 장르가 탄탄히 뿌리를 내리고 유튜브 및 다양한 플랫폼에서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회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윤형빈 씨는 현재 관련 사업도 하신다고 들었어요.

윤 : 네. 공연장(윤형빈 소극장)을 10년 넘게 운영하면서 개그맨들의 무대를 계속 만들고 후배 개그맨을 양성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윤소그룹’이라고 윤형빈 소극장 스터디그룹도 운영하고 있고요.


peoplein_photo3

개그맨 윤형빈




오랜만에 다시 시작한 개콘을 보고 설렘과 기쁨으로 이 무대를 환영하는 시청자도 있지만, 질타와 비판의 채찍을 든 시청자도 있었습니다. 특히 특정 계층이나 인종 등을 향한 웃음이 자칫 조롱이나 차별로 비칠 수 있다는 비판도 있었고요.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 : 제작진과 더 깊은 논의를 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오래 쉬다가 시작하다 보니 아직 감을 찾는 단계라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필요한 비판은 수용해서 더 나은 아이디어를 선보여야죠. 물론 지금 후배 개그맨들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고요. 바뀌어야 하는 부분은 당연히 바뀌어야죠. 맞아야 하는 채찍이 있으면 맞고 발전해야 하고요.

윤 : 질책에 귀 기울이되 지나치게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코미디가 대중예술이다 보니 대중의 인정을 받는 것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지금은 개콘을 반기시는 분도 있고 불편하게 느끼시는 분도 있지요. 이 대중들 사이에서 우리가 적정한 선을 찾아 끊임없이 노력하다 보면 어느 정도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권 : 칭찬도 악플도 순리라고 생각해요. 대중 앞에서 웃음이라는 감정을 전달하다 보면 당연히 피드백이 오죠. 그 피드백 중에 좋은 것도 있고 안 좋은 것도 있고요. 개그맨들끼리도 정치나 기타 민감한 사안에 관해서는 철저하게 검열해서 어느 쪽으로 치우치거나 어느 쪽을 일방적으로 안 좋게 만드는 희극은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사실 개그맨들의 무대는 순수하게 웃기기 위한 무대예요. 개그는 개그일 뿐이죠. 개그에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무대가 위축되기 쉬워요. 개그는 개그로만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peoplein_photo3

개그맨 권재관




가수나 배우에 비해 희극인은 은퇴 시기가 빠른 것 같습니다. 노가수나 노배우는 적잖이 볼 수 있는데 노희극인은 잘 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개그맨들이 나이 들어서 활동을 계속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요?

김 : 개그의 특성상 스피드가 상당히 중요한데, 저를 포함해 어느 정도 나이가 들다 보면 흐름을 따라가는 속도가 뒤처진다고 생각해요. 나이 들면 연기를 못한다는 말이 아니고 코미디의 특성상 소비자가 더 선호하는 개그 스타일은 아무래도 젊은 층이 더 적합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연륜과 경험이 있는 개그맨이 선보일 수 있는 무대도 있지요. 그런 코미디를 원하는 시청자도 있고요. 그런데 방송 특성상 현재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을 잡아야 하다 보니 수요가 적은 코미디에는 기회를 많이 주지 않는 편이에요.

윤 : 자꾸 회사 이야기로 귀결되는데, 코미디를 전문으로 한 전문 매니지먼트 회사가 있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노년층을 위한 프로를 기획하고 노년의 희극인을 쓰면 되니까요. 예전에는 그 역할을 방송국에서 했어요. 예를 들면 KBS에서 높은 연령층의 시청자를 위한 <쇼 행운열차> 프로그램이 있었지요. 그런데 시대가 바뀌면서 방송국이 그런 역할을 하지 않게 되었죠. 이제 그 역할은 철저히 코미디 중심의 전문 회사가 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후배 개그맨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는데, 요즘은 방송 플랫폼이 다양해졌습니다. TV도 채널이 무척 많아졌고, 각종 OTT에 유튜브, 쇼츠 등 플랫폼의 춘추전국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개그 콘서트는 보수적이고 제약이 많은 무대에 속하지요. 이 무대에 한계가 있다면 어떤 부분이 있을까요?

김 : 개그맨들은 조금만 문을 열어주면 얼마든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짤 수 있는 재능꾼들이에요. 유튜브에서 성공한 개그맨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고요. 연기력도 뛰어나고 아이디어도 좋으니까요. 개콘은 아무래도 제약이 많은 무대죠. 하지만 지금 그 제약을 한계로 규정하고 좌절할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더 나은 개그, 더 좋은 웃음을 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모든 문을 다 열 수는 없으니까요. 지금 상황에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되 더 나은 해답을 찾아 끝없이 노력하는 것이 지금 개그맨들이 당면한 과제이겠죠.

윤 : 공영방송 무대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 안에서도 얼마든지 웃길 소재는 많으니까요. 우리나라 개그도 그렇게 발전해 왔고요. 물론 유튜브에서 스케치 코미디를 하는 친구들을 보면 다소 자극적인 소재도 있지만, 그렇게 자극적인 소재만이 웃길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나치게 선을 넘으면 시청자들도 불편해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적절하게 선을 타면서 웃기는 개그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봉숭아 학당의 ‘이상해’ 캐릭터가 선보인 새우깡 개그가 적절한 선을 잘 타는 좋은 예라고 생각해요.

권 : 즉흥적이고 돌발적인 웃음이 아닌, 짜서 무대를 구성하고 웃긴다는 일은 상당히 어려워요. 그런데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개그 무대도 분명 필요하거든요. 물론 유튜브에 비하면 제약도 많고 한계도 많죠. 특히 저희 선배 기수보다는 지금 들어온 후배들이 그 한계를 더 많이 느낄 거라고 생각해요. 다른 플랫폼에서는 유연하게 받아들여지는데 이 무대에서는 안 되는 게 많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장벽을 극복하고 거기서 더 좋은 웃음을 찾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질문도 후배 개그맨팀에 했던 질문입니다. 20대 즈음이면 수많은 진로 선택의 기회가 있었을 텐데요, 왜 개그맨이 되셨습니까?

김 : 스포트라이트와 무대가 너무 좋았어요. 끼도 많은 편이었고요. 목소리가 괜찮은 편이어서 성우를 할까도 생각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가 제일 자신 있는 것은 남을 웃기는 일이더라고요. 학창 시절 내내 친구들 웃겼고, 군대에서도 공연단에서 활동하면서 동료들을 웃겼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일에 자신감도 있고 해서 개그맨이 되었죠. 솔직히 말하자면 연예인이 되면 궁궐 같은 집에서 멋지게 살 거라는 생각도 조금 했었어요. 결과적으로 궁궐 같은 집도, 번지르르한 삶도 아니지만, 코미디언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peoplein_photo3

개그맨 김성규



권 : 저는 20대 때 직장인이었어요. 장난감 회사도 다니고 광고 회사도 다녔어요. 그러다가 더 나이 들기 전에 좋아하는 일을 한 번 해보자 하는 마음에 개그맨에 도전하게 되었지요. 나중에 나이 들면 도전하지 않았던 젊은 날의 나에게 실망할 것 같더군요. 그래서 KBS 시험을 봤는데 1차와 2차에 붙고 3차에서 떨어지고 <폭소클럽>에서 활동하다가 <폭소클럽>이 없어지면서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아무튼 다시 시험 봐서 개콘 무대에 서게 되었죠. 개그맨이 된 결정적인 이유는 웃기는 게 좋아서죠.


오랜 세월 희극인으로 활동하다 보면 방송 제작환경이나 무대 분위기나 여러 부분이 예전과 달라진 것을 느끼실 것 같습니다. 가장 크게 와닿는 변화는 무엇인가요?

김 : 방송 제작 환경이나 분위기도 달라졌고 시스템도 달라졌습니다. 특히 재방료 같은 경우는 시스템이 정말 좋아졌지요. 방송실연자권리협회에서 전문팀이 전문 시스템으로 챙겨주니 저희로서는 무척 반갑고 좋은 변화지요. 또한, 제작진과 희극인 사이의 관계도 밀접해졌습니다. 이전에 비해 소통이 훨씬 자유롭게 잘 되는 편이지요. 그런데 이 부분이 아이러니하게도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제작진의 역할 중 일부를 개그맨 선배들이 맡아서 했었고, 후배들이 자연스럽게 선배들을 의존하는 면이 있었죠. 당연히 선후배 간의 소통이 중요했고요. 지금은 제작진과 직접 소통하다 보니 아무래도 선후배 사이의 소통은 조금 소원해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제작진과 협업이 잘되는 시스템이 방송 제작 환경 측면에서 보면 훨씬 나아진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선배들은 이제 후배들에게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필요한 응원과 힘을 보태주는 역할에 충실해야 하고요. 제작진과 후배 개그맨들 사이의 소통에서도 일종의 다리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쪽이든 무조건 후배들을 응원합니다. 그게 변화한 지금 시점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윤 : 저도 선후배 관계가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선후배 관계가 다소 수직적이었다면 지금은 상당히 수평적이에요. 무척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조금 경직되어 있었지만, 후배들은 훨씬 더 나은 여건과 분위기에서 활동했으면 좋겠습니다.

권 : 제가 가장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어느덧 데뷔 20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많이 들어요. 요즘 MZ세대 트렌드와 너무 동떨어져 있다 보니 하나하나 배워야 하더군요. 모르는 말도 많고요. 제 개인적 측면 말고 전반적인 측면으로 말씀드리자면 시스템이 많이 좋아졌어요. 스케줄 관리도 편해졌고 선후배 관계도 수직에서 수평으로 바뀌고 있고요. 지금도 봐요. 저 인터뷰하는데 후배가 지나가면서 사진 찍고 가잖아요.(하하) 아무튼, 이런 분위기가 너무 좋습니다. 예전에는 후배가 무조건 맞춰줘야 하는 시대였지만 지금은 선후배가 서로에게 맞춰주는 시대가 되었지요. 이런 분위기에 적응한다는 말은 곧 이 시대에 적응한다는 말이지요. 지금 저는 시대에 적응하고 있습니다.



peoplein_photo3


개그의 현재를 묻고 싶습니다. 개콘은 현재 어디에 있습니까?

윤 : 출발선에 있다고 생각해요. 스피드를 낼 수 있느냐 없는냐, 순위권에 드느냐 못 드느냐 등의 윤곽이 아직 나오지 않은 출발선이요. 달려봐야 알 수 있는 그 자리에 우리 개그가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권 : 외줄 위에요. 아주 얇은 외줄을 타고 있다고 생각해요. 흔들리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외줄. 거기에 개그맨들의 노력, 재능, 시간이 더해지면서 줄이 좀 더 두꺼워지겠죠. 지금은 줄이 너무 얇아 만족하지 못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줄이 점점 두꺼워질 테니 조금 더 기다려주셨으면 해요. 우리는 모두 튼튼한 줄을 만들기 위해 마른 오징어에서 물을 짜듯 온 힘을 다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peoplein_photo3


오늘 개콘 무대에 서는 모든 희극인의 초상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오늘 이 무대에 서는 이 희극인들이 정통 코미디의 부활을 알리는 첫 주역이라는 생각 때문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어쩌면 이 희극인들이 정통 코미디를 지키는 마지막 세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어느 쪽이든 무척 중요한 의미를 지닌 분들이라고 생각했기에 한 분 한 분 사진을 찍었고요. 개그맨의 앞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윤 : 개그맨들은 더 빛나는 무대, 더 환한 웃음을 위해 멈추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멈추지 않는 한 우리의 앞날도 계속 이어지리라 생각합니다.

권 :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살아남으려면 발상의 전환을 해서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코너를 선보여야겠죠. 그러려면 비장한 마음으로 임해야 하고요. 다른 사람이 시도하지 않은 신선한 웃음을 찾아 보여주기란 말처럼 쉽지 않지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요. 하지만 시간이 걸려서라도 그런 웃음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 정통 코미디에 정해진 답은 없어요. 정통조차도 늘 변화하니까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요. 우리 희극인들은 그 변화에 발맞춰 희극이라고 하는 장르가 사라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고요. 동료 중에 스페인 개그 무대에서 활약하는 분도 있고, 유튜브에서 활약 중인 개그맨들도 있지요. 어느 무대든 웃길 힘이 남아 있는 한 계속 웃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코미디언이 사라지는 일은 없겠지요.



peoplein_photo3

한국현대문학대사전 정의에 따르면 ‘희극은 명랑하고 경쾌한 기분 속에 인간의 결점이나 사회의 비리를 꼬집어 내어 웃음으로 분규를 해소’하는 극의 양식이다. 인간 삶에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모순과 부조리를 웃음으로 풀어내는 이들이 희극인이다. 그래서 희극인들의 시선은 늘 날카롭고, 입은 거침 없으며, 귀는 크게 열려 있다.

하지만 그런 시선과 입담이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나면 무대는 가혹하게 사라진다. 무대를 잃어본 적이 있는 이들, 그래서 얇은 외줄에서 늘 출발하는 마음으로 무대에 서는 이들.

인터뷰를 하던 날 연습실에서, 분장실에서, 리허설 무대에서, 로비에서 그날 무대에 오르는 모든 희극인의 초상 사진을 찍었다. 그들이 무대에서 쏟아낼 ‘웃음 공격’에 많은 이들이 속절없이 당하길 바라며. 그들이 선 무대가 감당할 수 없는 웃음으로 더욱 환하게 빛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