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드라마 데뷔기

배우 배유람


곧은 신념으로 뻗어나가지만 바람의 흐름도 즐기는 대나무 같은 배우 배유람. 다양한 작품 활동과 연기를 향한 애정으로 겹겹이 쌓인 다채로운 그의 표정은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만 같았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작품에 참여하며 배우로서의 삶의 영역을 넓혀가고 싶다는 배우. 사람 냄새 가득 담은 그를 만났다.

 INTERVIEWER 배우 차영남   PHOTO 황민하
배유람 배우님 안녕하세요. 최근 SBS 드라마 <모범택시>가 큰 호응 속에 종영되었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안녕하세요. 배우 배유람입니다. 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모범택시2>로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그 덕분인지 예전에 비해 알아봐 주시거나 좋아해 주시는 분이 많이 생겨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에 개봉한 영화 <킬링로맨스>도 잘 마무리가 되어서 요즘은 종종 인터뷰도 하고 촬영 중엔 못했던 일을 하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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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모범택시>(좌), 영화 <킬링로맨스>



학생 배유람


배우 배유람의 시작은 언제인가요?
연기자로 진로를 선택할 때 특별히 고민되는 부분이 있었나요?
고등학생 때 친한 형이 다니는 연기학원에 따라갔는데, 연기하는 모습에 마음이 너무 끌려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당시 저는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그 결정이 제 인생의 큰 터닝 포인트가 되었죠.
연기자가 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특별한 고민은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제 인생에서 도전할 수 있는 큰 목표가 생겼다는 점이 너무 좋았죠. 성공 여부를 떠나 데뷔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인지 늘 도전하는 마음으로 임했던 것 같아요.
고민보다는 조금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부모님을 설득하는 일이었어요. 설득하기까지 조금 오래 걸리긴 했지만 결국 해냈죠. 이후 건국대학교 영화예술학과에 입학했는데 부모님이 정말 기뻐하셨어요.


대학 시절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배터디(배유람 스터디 모임)’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주로 혼자 연습을 하게 되었는데 그 부분이 늘 아쉬웠어요. 그래서 지인들과 함께 연기 스터디를 만들었죠. 많은 사람과 연기 연습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처음에는 몇 명으로 시작했는데 점점 입소문이 나면서 금세 50명 정도가 모이게 되었어요. 제가 리더로 활동은 한 건 아니고 함께 소통하면서 오디션이 있으면 함께 대본을 보며 도움을 주고받는 모임이었어요.


독립영화인 배유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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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 <그리고 가을이 왔다>



학창 시절부터 독립영화에 수 백편 넘게 참여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스무 살쯤부터 영화를 시작하면서 카메라, 샷, 롱샷, 클로즈업 등에 따른 매체 연기를 배웠어요. 독립영화는 대학 시절부터 참여했는데 졸업반 때는 외부 작품도 함께 시작했죠. 안재홍, 류준열, 저 같은 배우들이 독립영화 2세대에서 2.5세대 정도라고 해야 할까요. 그때가 독립영화 부흥기이기도 해서 독립영화에서 알려지면 상업영화나 드라마에도 참여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고 더 열심히 했어요.
당시에는 모든 과정이 공부라고 생각했어요. 서로가 서로에게 씨앗을 심는다고 믿었어요. 농사를 지을 때는 넓은 땅에 많은 씨앗을 뿌려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잘 자라는 벼가 있고 못 자라는 벼가 있듯이 저는 그중에 잘 자라는 벼가 많이 나올 수 있게 미친 듯이 도전했던 것 같아요. 작품을 선별하는 기준은 까다롭지 않은 편이에요. 잘생긴 역할 빼고 다 잘할 수 있어요(웃음).


독립영화 현장은 어떤 곳인가요?
독립영화 현장이 예전에 비해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열악하고 근로시간이 잘 지켜지지 않는 곳도 많아요.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내야 하는 현장이 많죠. 대부분 제작비 부족이 그 원인인데 저는 그런 현장을 마주할 때마다 어쩔 수 없음을 이해하면서도 다음에는 조금 더 합리적인 환경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해요. 환경이 어렵다면 함께 하는 사람들이 서로 양해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갖고 다 같이 좋은 작품이 될 수 있게 노력해야 하니까요. 열악한 환경을 상쇄시켜 주는 가장 빠른 방법은 배려하는 태도가 아닐까 생각해요.


그 경험들이 지금의 배우 배유람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나요?
만 시간의 법칙처럼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다 보면 그 일에 대해 알게 된다고 하잖아요. 빨리 많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 것 같아요. 물론 오랜 시간 경험을 통해 연기 경험도 성장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쌓은 소중한 인연들이 저에겐 큰 의미로 남아있어요.
예전에 함께 작업한 연기자나 감독, 스태프를 다시 현장에서 만나 작업할 때는 뿌듯하고 행복해요. 유수민 감독과는 예전에 추운 겨울날 함께 바닥을 구르기도 하고 술도 한잔하고 그랬는데, 유 감독이 작년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약한영웅>을 맡게 되었죠.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성장하는 모습이 너무 좋아요.

연기자 배유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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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유람에게 연기란 어떤 의미인가?
너무 큰 단어죠, 연기는 평생 배워야 할 일이고, 나를 힘들고 행복하게 해주는 일. 때로는 부모님 같고 때로는 자식 같고 여자친구 같기도 하고 사랑 같기도 하고 너무 간절하면 멀어지기도 하고, 너무 안 간절하면 다가오기도 하고. 참 복잡하지만 사랑스러운 그런 일이에요.


오디션 대본을 받고 ‘이건 내 역할이다!’라고 생각했던 작품이 있었을까요?
접근 방식의 차이인 것 같은데 저는 대본을 보면서 ‘내 거다’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캐스팅이 안 됐을 때를 대비한다고도 볼 수도 있죠. 하고 싶은 배역이 안 되었을 때 실망하고 자책하기보다 빨리 털어내려고 하는 편이에요. 캐스팅되었을 때는 물론 기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마음을 다시 잡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연기할 때 애드리브나 추가 디렉션 등 현장 소통은 어떤 편인가요?
개인적으로 애드리브는 지양하는 편이에요. 최대한 안 하려고 노력하지만, 감독님의 요구가 있거나 상황상 공백을 채워야 할 때도 있죠. 그런 경우에도 가능한 대본 중심으로 하려고 해요. 예전에 설정상 애드리브를 한 적이 있는데요. 영화 <엑시트>에서 ‘따따따 따따 따따따 따~’ 할 때 마이크 앰프를 들어서 앞으로 내미는 애드리브였어요. 목소리가 조금 더 잘 들리길 바라는 간절함을 보여주려고 리허설 때 시도했는데 오케이가 났죠.

가끔 현장에서 “더 웃긴 거나 더 재밌는 거 없냐?”(웃음) 하는 디렉션을 받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기세와 기운을 앞세우는 편입니다. 부담감을 느낄 때도 있지만 지금, 이 기세가 내 거다 싶으면 한 번 도전해 보는 거죠. 스태프들이 저를 믿어줄 때 힘이 나거든요. 롯데 자이언츠가 잘하는 것 중 하나가 기세를 몰아가는 거예요. 기세 중요합니다.


특별히 마음이 가는 작품이 있으실까요?
최근 작품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특히 <모범택시>는 박 주임이라는 역할로만 5~6년을 연기했는데, 이 부분이 저에겐 엄청난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요. 연기자로서 한 작품 속 한 캐릭터로 이렇게 오래 연기 해 볼 수 있다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에요. <모범택시3>이 잘 돼서 <모범택시4>로 이어진다면 박 주임의 경력은 더 늘어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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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유람 배우님에게 탐 나는 대본,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찌질한 캐릭터. 사람 냄새 나는 역할. 멜로가 됐든 드라마가 됐든 바보 같고 찌질하고 그런데 사람 냄새 나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영화 <박하사탕>에서 설경구 선배님이 맡으셨던 역할이나 그런 작품들에 대한 욕심이 있죠.


배우의 영향력 중 어느 부분에 마음을 쏟는 편인가요?
저의 주변에 마음을 더 담고 싶어요. 선한 영향력을 믿고 있어서 제가 선해지면 제 주변도 선해질 것 같고 제가 안 좋은 사람이 되면 주변에 안 좋은 사람만 있을 거로 생각하거든요. 제가 좋은 사람이 되어서 주변에 좋은 영향력을 펼치고 싶어요.


앞으로 배유람의 행보를 예상해 보자면?
저희 직업이 프리랜서잖아요. 비정규직(웃음). 행보는 알 수 없습니다. <모범택시 3> 전까지 아무것도 못 할 수도 있고, 너무 많이 해서 지친 상태로 들어갈 수도 있고요. 다만 건강하게 많은 분과 소통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작품을 보여드리는 게 소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연기뿐만 아니라 예능도 기회가 되면 하고요. 개인적으로 얼마 전에 기아 타이거즈 시구를 하고 왔는데 그런 기회가 너무 행복했어요. 연기 이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습니다. 주변 사람들도 많이 도와주고 싶고 여유가 생기면 기부도 많이 하고 싶고요. 결혼해서 가정도 꾸리고 싶고, 좋아하는 것들을 마음껏 해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배우의 꿈을 갖고 나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소감 부탁드립니다.
모든 일이 마찬가지지만 버텨야 하는 시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간절하게 버티는 힘에서 끊임없는 열정이 나오는 것 같아요. 저도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재무장하고 있습니다. 좋은 연기자로서 현장에서 만나 함께 연기 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늘 연기자의 권익 보호에 힘써주시는 협회 관계자분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촬영 현장에서 무대에 선 연기자로서 늘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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