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같은 셀럽들의 연애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지만, 최근 들어 그 관심의 대상은
일반인들로까지 확대된 느낌이다. 이른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
게 그 방증이다. 도대체 무엇이 일반인들의 연애에 이토록 관심을 촉발시키고 있을까.
연애 리얼리티 전성시대
시그널. 천국도와 지옥도. 영숙과 영철, 환승... 이제 이런 단어들만 봐도 우리는 해당
프로그램들을 떠올린다. 한 공간에 모인 남녀들이 함께 생활하며 보여주는 사랑의 시그널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하트시그널>, 천국도와 지옥도를 오가며 변화하고 요동치는
사랑의 감정을 그리는 <솔로지옥>, 영숙, 영철 같은 호칭으로 불리며 보다 현실적인
관계의 진전을 담아내는 <나는 솔로>, 헤어진 커플들이 같은 공간에서 머무르며
새로운 이성으로 환승할지 아니면 재결합할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환승연애> 같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그것이다. 이런 단어들이 대중들의 머릿속에 각인될 정도로,
이들 연애 리얼리티는 하나의 브랜드로 떠올랐다. 워낙 고정 팬층이 형성되어 있는지라
<하트페어링>, <환승연애, 또 다른 시작>, <나는 솔로. 그 후 사랑은
계속된다> 같은 스핀오프 프로그램들도 나오는 중이다.
이 연애 리얼리티 전성시대는 <나는 솔로>와 <솔로지옥>이 등장했던 2021년에
폭발적인 양상이 시작됐다. 물론 2017년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하트시그널>이
대중들의 잠들었던 연애 세포를 다시금 깨우는 역할을 했지만, <나는 솔로>와
<솔로지옥>의 대중적 성공은 그 후에 <에덴>, <체인지데이즈>,
<나대지마 심장아>, <환승연애>, <돌싱글즈>, <이별도 리콜이
되나요?>, <남의 연애>, <메리퀴어>, <연애는 직진>, <각자의
본능대로> 등등 셀 수 없을 정도의 연애 리얼리티 열풍을 이끌었다. 물론 그러한 양적
증가는 마침 OTT들의 치열한 경쟁과 맞물려 반짝 트렌드에 편승한 결과이긴 했지만, 연애
리얼리티는 그 명맥이 계속 이어졌다. 소재도 다양해져 <연애남매> 같은 남녀 간의
연애에 가족 개념이 더해진 연애 리얼리티도 나왔고, 최근에는 무속인들이 등장해 사랑과
운명 사이의 갈등을 담은 <신들린 연애> 같은 색다른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도대체
연애 리얼리티가 가진 무엇이 이토록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걸까.
1994년부터 2001년까지 방영됐던 <사랑의 스튜디오> 같은 연애 프로그램은 마치
미팅을 훔쳐보는 듯한 재미를 줬다. 처음 만난 남녀들이 자신들의 스펙과 외모, 말주변 등을
매력으로 어필하며 누가 누구와 연결되는가를 직관적으로 보는 재미였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인터넷이 열리고 영상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일반인의 내밀한 사생활까지 리얼하게 있는 그대로 영상에 담기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정서적인 불편함 때문에 이러한 노골적인
리얼리티쇼가 시도될 수 없었고, 무엇보다 방송 전문인이 아닌 일반인의 사생활을
들여다본다는 건 더 높은 심리적 장벽이 존재했다.
그래서 우회적인 방식으로 시도된 것들이 연예인들이 등장하는, 이른바 ‘짝짓기
프로그램들’이었다. <동거동락(2001)>, <천생연분(2002)>, <산장미팅-장미의
전쟁(2003)>, <리얼 로망스 연애편지(2006)> 같은 프로그램들이 등장했다.
<우리 결혼했어요(2008)>처럼 물론 가상 부부지만 미팅의 차원을 넘은 결혼 일상을
담는 연애 리얼리티도 나왔다. 그러면서 대중들은 점점 누군가의 사생활을 보는 것에
익숙해졌고, 드디어 2011년에 <짝>이 등장해 일반인 연애 리얼리티의 문을 열었다.
즉 연애 리얼리티의 변천사는 대중들이 타인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그 정서의 변화와
맞물려 있었다. 인터넷은 물론이고 모바일의 일상화로 인해 나의 사생활을 SNS에 올리는
일이 일상화되면서 사생활 공개나 관찰에 대한 감각이 변화한 것이다. 그리고 한번 열린
감각은 더더욱 리얼한 영상들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그건 영상의 전문가들이라 할 수 있는
연예인들보다 아마추어로 보이는 ‘일반인들이 더 진짜’라는 인식을 갖게 만들었다. 일반인
연애 리얼리티가 대세로 들어서게 된 이유다.
연반인의 시대,
연예인과 일반인의 무너진 경계
당연하게도 일반인 리얼리티 시대는 일반인 스타, 흔히 ‘연반인(연예인+일반인)’이라 불리는
새로운 인물들을 탄생시켰다. <솔로지옥> 시즌1의 프리지아로 불리던 송지아, 시즌2에
메기로 등장했던 덱스, <나는 솔로> 16기 ‘돌싱특집’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영숙과
상철 같은 인물들이 그들이다. 물론 연예인처럼 활동하지는 않아 프로그램이 끝난 후
잊혀지기도 했지만, <하트시그널>이나 <환승연애>, <연애남매> 같은 연애
리얼리티는 방영되는 내내 그 일반인 출연자들의 화제성이 보통 연예인들을 압도하는
상황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러한 화제성은 이제 이 일반인 출연 연애 리얼리티에도 준연예인급이 대거 등장하는
새로운 경향 또한 만들었다. 최근 방영된 <솔로지옥4>를 보면 이미 <강철부대>
등을 통해 잘 알려진 육준서는 물론이고, 김태환이나 장태오 같은 배우들, 이시안 같은
아이돌 연습생, 배지연, 김혜진, 김아린 같은 모델들이 대거 출연했다. 대중들에게
아직까지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이지만 준 연예인에 가까운 출연자들이다.
덱스처럼 연애 리얼리티와 <강철부대> 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주목받은 출연자는
이제 기안84 등과 함께 하는 여행을 담은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는 물론이고 <더
존: 버터야 산다3>, <좀비버스>에 출연하며 연예인이 됐고, 이제
<솔로지옥4>에서는 진행자로 등장했다. 연예인만큼 크리에이터나 인플루언서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진 요즘 세대들의 요구는 이처럼 연반인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연애 리얼리티는 그 출연자들의 매력을 보여주는 것이 그 핵심인지라 출연자들과 시청자들의
욕구가 딱 맞아 떨어지는 형식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스타는 어떤 특정한 과정을 통해
탄생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공개된 SNS를 통해 인플루언서가 되고, 그들은
또한 방송의 메인스트림에서도 찾는 얼굴이 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연애 리얼리티가 갖는 진정성(진짜 연애를 위한 출연인가)에 의구심이
만들어지는 한계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셀럽들의 연애만큼
일반인들의 연애에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는 건 이 시대의 매체와 방송 환경의 변화 그리고
대중들의 변화된 감각과 정서를 읽어낼 수 있는 대목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대중문화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 각종 방송 활동, 강연 등을 통해 대중문화가 가진 사회적
의미와 가치를 알리고 있고, 백상예술대상, 대한민국 예술상 심사위원이다. 저서로 <드라마 속
대사 한 마디가 가슴을 후벼팔 때가 있다>, <다큐처럼 일하고 예능처럼 신나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