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위드 코브프라

작품과 배역,
최상의 시너지를 만든다

캐스팅디렉터 ‘스타라온’ 이용인 대표

KoBPRA WEBZINE vol.87  INTERVIEWER 이한빛  

선택받아야 작품을 통해 빛을 발할 수 있는 직업이 ‘연기자’라면 작품에 어울리는 연기자를 찾는 데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 ‘캐스팅디렉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작품과 배역 간에 최상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배우를 선정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얼굴을 찾아 자신만의 데이터베이스를 채워나간다. 20여 년간 수많은 배우들을 작품과 시청자에게 연결해 준 캐스팅디렉터 이용인 대표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이용인 대표님,
캐스팅디렉터로서 맡고 계시는 일과 어떤 작품에 참여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2002년부터 현재까지 20여 년 동안 ‘드라마 캐스팅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스타라온 대표 이용인입니다. KBS 청소년드라마 <반올림>을 시작으로 KBS 월화 미니시리즈 <왜그래 풍상씨>, KBS 2TV 일일드라마 <비밀의 여자>, KBS 주말드라마 <신사와 아가씨>,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과 최근 넷플릭스 <살인자 O난감> 등에서 캐스팅디렉터로 함께 했습니다.

캐스팅디렉터를 간혹 제작사나 감독에게 연기자를 연결만 해주는 거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건 일에 있어 아주 일부에 해당합니다. 방송이 끝나기 전까지 캐스팅에 관련된 전반적인 업무를 비롯해 출연자의 촬영기간, 스케줄, 출연료 조율까지 직간접적으로 모두 관여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드라마 한편이 편성되기까지 주인공부터 섭외를 해야해서 방송국 편성 전이라도 제작사(제작총괄)와 같이 작업을 시작합니다.

캐스팅디렉터는 공채 시스템이 있거나 하진 않은 것 같은데 어떤 계기로, 어떤 루트를 통해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는지도 궁금해요.
요즘은 캐스팅디렉터가 많아져서 각자 회사를 운영하며, 회사별로 채용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보통 방송 관련 학과를 졸업한 분들을 많이 뽑습니다. 제 경우에는 1995년에 KBS <신세대 보고 - 어른들은 몰라요> 연출부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연극배우로 일하고 싶은 마음에 방송사 드라마 연출부는 단기적으로 일할 생각이었는데, 연출보다 캐스팅에 관심이 더 커졌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캐스팅디렉터가 되었습니다.
제작 스태프는 보통 연출부, 촬영팀, 조명팀 등으로 나뉘어서 팀 단위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던데, 캐스팅디렉터는 어떤가요? 주로 혼자 일하실 것도 같은데, 팀을 꾸려 일을 진행하기도 하나요?
캐스팅디렉터 업무는 혼자 하기에는 너무 벅찹니다. 시놉시스부터 대본까지 모든 내용을 확인하며 정독해야 하고, 캐스팅과 관련된 출연자 리스트, 출연자 동영상 자료정리, 출연자 행정 등은 혼자서는 어림없죠. 프로그램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 작품을 시작하면 1년 정도 기획단계에서는 메인 디렉터 혼자서 일하는 경우가 많고요, 본격적으로 방송이 편성된 후에는 캐스팅부터 촬영종료까지 10개월에서 1년 정도는 최대 세 명까지 한 작품에 투입됩니다. 요즘은 촬영 기간은 많이 단축되고 상대적으로 제작 기간이 늘어나면서 준비기간 역시 1년 이상으로 길어졌습니다.
img

© KBS © Netflix



촬영 전 초기 세팅 과정에 없어서는 안 되는 역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배우를 보는 눈도, 대본을 보는 눈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캐스팅디렉터에게 제일 필요한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 생각엔 ‘신뢰감’이 제일 필요한 덕목 같습니다. 드라마 제작이라는 게 단합된 한 팀으로 움직이는 조직이다 보니 제작사, 감독, 프로듀서 등등 많은 파트에서 일하는 분들 모두 각자의 신뢰가 없으면 좋은 작품이 나오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캐스팅디렉터같은 경우 감독님과 같이 배우 캐스팅을 결정하고 나면 배우를 교체하기 어려우니 좀 더 신중하게 의견을 주고받을 때도 많이 있고요, 배우간의 조합도 중요하게 여깁니다.
배우 리스트를 구상하실 때, 어떤 점에 제일 중점을 두나요? 워낙 많은 배우들이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잘 정리된 데이터 베이스가 정말 중요한 자산일 것 같아요.
초반에는 배역에 맞는 이미지를 찾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배역에 따라 나이, 직업군, 성격, 외모 등등 기본에 충실 하는 편입니다. 많은 자료를 리스트화 해서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되고요. 선택의 폭이 넓어야 배역 별 조합을 볼 수 있으니까요. 기본적으로 배우들 나이대별로 데이터 베이스를 가지고 있는데, 20여 년 해왔으니 방대한 자료들이 있다고 봐야겠죠. 물론 새롭게 등장하는 배우들도 많이 있어서 늘 업데이트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요즘은 동영상 제작과 전달이 용이해서 영상 프로필을 많이 활용합니다.
캐스팅디렉터로서 겪는 어려움은 어떤 게 있을까요? 감독 또는 PD와 캐스팅디렉터가 생각하는 스타일의 배우가 다를 때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럴 땐 어떻게 하세요?
기본적으로는 감독의 의견을 많이 따릅니다. 작품의 의도나 방향은 감독의 의견이 중요하니까요. 물론 서로 의견이 다를 때는 제 의견을 추가로 전달드리기도 합니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배역의 그림이 이런데 저는 다른 느낌으로 생각했습니다.’라면서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이런 배우는 어떤지 의견을 드리고 프로필과 영상을 따로 보여드리죠.
작업하며 있었던 특별한 에피소드나, 기억에 남는 배우가 있다면 누구인가요?

모든 배우들이 기억이 나지만 대체로 방송매체 쪽을 많이 안 해본 배우를 캐스팅했을 때 장면과 배역이 딱 맞아떨어졌을 때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또, 평소에 연기하던 캐릭터가 아닌 새로운 연기를 도전해서 성과를 낸 배우들도 기억에 남고요. 예를 들면 <왜그래 풍상씨>때 연극무대에서 정극 주연만 맡았던 이명호 배우를 캐릭터 강한 역으로 캐스팅 했을 때, 정직하고 굳은 역할만 해오던 김광영 배우를 KBS 대하사극 <징비록>에서 찌질한 캐릭터로 캐스팅 했을 때, <반올림> 때 공개오디션을 통해 발견한 고아라 배우 등 여러 배우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제가 <신세대보고 - 어른들을 몰라요>라는 작품부터 연출부 활동을 해서 그런지 당시 중고등학생이었다가 지금은 40대가 된 양동근, 안재모, 김래원, 최강희, 조명식, 최민용 배우들의 기억도 새록새록합니다.

img

작품의 대본 리딩 현장부터 촬영장, 종방연까지 연기자의 현장을 지키는 이용인 대표



조·단역 배우들 중에는 소속사 없이 활동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런 분들에게 캐스팅디렉터의 존재는 연출진만큼이나 클 것 같아요. 캐스팅디렉터가 보기에 어떤 배우가 눈에 띄는지도 궁금해요.
캐스팅디렉터가 캐스팅을 한다는 것은 ‘연기를 잘한다’는 기본에서 출발합니다. 여기에 발음, 발성이 좋은 배우를 가장 선호하죠. 또한 자신이 갖고 있는 매력을 보여주는 배우가 눈에 띄는 것 같습니다. 배우 각각의 매력이 다르기 때문에 나만이 갖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잘 활용하는 배우를 선호합니다.
반대로 배우들이 캐스팅디렉터에게 제안을 해서 캐스팅 된 사례도 있나요? 이 부분에 대해 캐스팅디렉터로서 연기자 지망생에게 도움이 될 만한 팁이 있을까요?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문 편인데요, 배우 지망생이나 신인 배우들이 시놉시스나 대본을 먼저 접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죠. 다만 이런 경우는 있을 수 있죠. 주연을 맡은 배우의 회사 매니저에게 시놉시스와 대본을 전달했을 때 같은 회사의 신인 배우를 어떠한 배역에 추천한다와 같은 경우요.
img


2~3년 전 OTT 제작 붐이 일면서 한동안 제작할 작품은 넘치는데 일 할 배우가 없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드라마 시장이 침체되면서 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에게 힘든 시기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현직에 계신 만큼 현 상황이 크게 와닿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한 해에 200개의 작품을 제작했던 2~3년전과 달리, 올해는 50여개의 작품이, 내년에는 70여개의 작품만 제작될 듯 합니다. 제작이 줄어든 만큼 연기자 뿐만 아니라 업계 종사자 분들이 많이 힘들어 하시더라고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장에 있으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습니다.
앞으로 전망하는 캐스팅디렉터는 어떤 모습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과 함께 마지막 인사도 부탁드립니다.

제가 생각하는 캐스팅디렉터는 보다 더 전문적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됩니다. 방송제작 환경자체가 더욱 더 복잡해지고 전문화되어 가다보니 업무의 범위와 양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현장에서 지휘하는 감독이 일일이 배우들의 역량을 다 체크할 수 없기 때문에 점점 더 캐스팅디렉터의 의견을 많이 물어봅니다. 전과 다르게 젊은 디렉터들은 배우들의 장단점과 성격, 현장매너 등등 서로 의견들을 나누는 창구를 만들어서 소통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캐스팅디렉터라는 직업은 어느 쪽에 일방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항상 연출진과 제작자, 그리고 배우 편에서 원활한 조율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연기자 분들도 캐스팅디렉터들을 믿고, 다른 스태프들처럼 함께 가는 파트너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