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제작이 지상파에서 OTT로 확장되면서 드라마 제작사의 위상은 예전에 비해 매우 높아졌다. 플랫폼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상대적으로 제작비와 수익, 배분에 더 유리한 혜택을 제공하는 OTT를 지상파보다 선호하게 되었다. 예능 쪽도 마찬가지다. 콘텐츠진흥원이 작년 발표한 2022년 외주제작 거리 실태보고서에서 외주 제작사들은 드라마, 예능 모두 지상파보다 OTT에 높은 점수를 줬다.
물론 제작비 상승 문제는 예전부터 늘 수식어처럼 따라다니는 ‘고충 사항’이었다. 그런데 조금 자세히 보면 숫자의 단위가 조금 커지긴 했다. 특히 넷플릭스와 같은 거대 OTT에서 글로벌한 히트를 친 배우들은 글로벌 양탄자를 타고 몸값을 올렸다. 최근 일부 톱스타의 몸값이 작품이 아닌 회당 10억을 돌파했다는 기사가 퍼지며 제작 업계는 더욱 술렁이기 시작했다. 제작사들의 볼멘소리는 배우들의 상한선 없이 치솟는 몸값과 편성마저 줄어든 이중고로 더욱 커지고 있다.
배우 몸값이 회당 2억, 3억은 기본 이제 10억을 넘는다는 소식이 자주 등장하면서 일부 방송과 채널을 통해 다른 배우들의 반론이 쏟아지고 있다. 사실 지금의 몸값 파동이 있기 전에도 연예계에 종사하는 배우들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어쩔 수 없는 숙명처럼 인식되었다. 그런데 지금의 빈익빈 부익부는 꽤 활동을 하고 알려졌다는 상위 몇 %의 클래스 안에서 또 세분화 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 제안을 못 받았다”
“나는 주연, 조연, 조조연도 상관없다. 좋은 작품이면 무조건 했으면 좋겠다.”
“요즘 드라마 판이 개판이다. 너무 힘들고 카메라 감독님들도 다 놀고 계신다.”
“출연할 작품이 없다. 요즘은 드라마 편성수가 반으로 줄어서 이미 찍어 놓은 드라마도 편성을 못 잡고 있는 상황.”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유명 연예인들의 호소 아닌 호소다.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KBS, MBC, SBS)가 함께 설립한 토종 OTT 플랫폼 웨이브의 이야기다. 티빙과의 합병으로 발표했던 1조 원 투자 계획도 백지화되고 배우들의 몸값과 제작비 문제를 들며 사실상 드라마 콘텐츠 경쟁을 포기한 셈이다. 웨이브는 2022년 적자 1271억 원을 기록했고, 지난해는 가입자 수가 500만 명에서 100만 명이나 이탈했다. 후속 드라마도 없었고, OTT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만한 지상파 드라마의 백업도 부족했다. 이런 추세면 ‘토종 OTT’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율시장 체제에서 ‘재미없는 콘텐츠’가 사라지는 건 맞지만 문제는 ‘토종’이 사라지고 난 뒤 국내 소비자들이 겪어야 할 해외 플랫폼의 ‘독과점’이다. 가장 먼저 요금제가 타깃이 되는 건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는 수순이다. 정부에서 토종 OTT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정책적 지원이 따라준다고 해도 재미없는 콘텐츠에 소비자의 시선을 머물게 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정책적 지원과 함께 국내 OTT가 자생력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