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지구 반대편의 투쟁,
OTT 시대 변화의 흐름

임경호  PD저널 기자

KoBPRA WEBZINE WRITE.S vol.83

16년 만에 펜을 놓은 작가들의 주요 핵심 쟁점


지난 5월 2일 시작된 미국작가조합(WGA)의 파업이 두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열리는 이번 파업은 98%의 찬성률로 결정됐다. 미국작가조합의 조합원 수는 1만1,500여 명. 그토록 많은 조합원이 파업을 지지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작가조합은 작가들의 처우와 노동여건이 전보다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OTT 콘텐츠의 시즌당 에피소드는 6~12편으로 많게는 20편을 상회했던 TV 드라마보다 감소했고, 추가적인 수익을 보장하던 2차 판권 시장이 OTT 오리지널 시리즈의 등장으로 축소되면서 재상영분배금도 줄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OTT의 영향력이 레거시 미디어를 위협할 정도로 커지면서 이를 기반으로 하는 작가들의 노동환경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WGA의 파업은 이 같은 제작환경 변화 속에 진행됐다.


미국작가조합은 넷플릭스, 아마존, 디즈니 등이 속한 영화‧TV제작자연맹(AMPTP)과 교섭을 진행하며 △최저임금 인상 △보상 강화 △기획‧제작 인원 보장 △재상영분배금 확대 △인공지능 활용 제한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세부안에서 영화‧TV제작자연맹 측과 이견을 보이며 협상은 결렬됐다.

영화‧TV제작자연맹 측은 ‘코로나19 특수’ 이후 찾아온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침체 속에 업계의 장기적인 발전과 안정성을 우선으로 협상에 임했다는 입장을 성명에 밝혔다. 대표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는 지난해 10년 만에 구독자가 감소했고, 디즈니는 7000명을 정리해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는 미국작가조합의 주장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파업 여파로 ABC, NBC 등 주요 방송사의 심야 토크쇼가 결방되고, 마블 스튜디오의 <블레이드>와 월트디즈니의 <아바타> 시리즈 등 개봉예정 영화 일정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지만 각계에서 연대 움직임이 포착된다.
소니 픽쳐스 전 공동회장인 에이미 파스칼은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제작일정 연기에도 불구하고 작가들의 파업에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배우 수잔 서랜던을 비롯 인기 토크쇼 진행자인 세스 마이어와 지미 팰런 등도 일찌감치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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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서랜던(왼쪽), 세스 마이어 사진출처 https://variety.com/lists/writers-strike-2023-celebrities-picketing-wga/



영미권에 기반한 외신들은 미국작가조합의 파업으로 인한 제작 중단의 영향이 보다 빠르고 심각하게 나타날 것이라 예상했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한 스태프는 제작 스태프들이 모두 일을 멈췄다고 언론에 전했다. 국제서비스노조(SEIU-USWW)도 청소 스태프의 해고 소식을 알렸다.
파업 규모가 커지고 기간이 장기화 될 경우 산업 전반으로 피해 범위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 작가 조합 연맹(IWAG)과 유럽 작가 연맹(FSE) 소속 28개국 작가 단체들이 지난 14일 각국에서 연대 시위를 벌인 가운데 추가적인 파업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 7일 영화‧TV제작자연맹과 협상을 시작한 미국배우방송인조합(SAG-AFTRA)은 30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파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실시한 조사에서 미국작가조합과 비슷한 비율인 조합원의 98%가 협상 결렬 시 파업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미국영화감독조합(DGA)의 결정이 업계에 미칠 영향은 변수로 남아있다. 제작자연맹과 3년마다 단체협약을 진행하는 이들 3대 조합은 서로가 서로의 협약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쳐왔다. 미국영화감독조합은 최저임금 인상과 스트리밍 로열티 개선안 등에 대해 지난 3일(현지시간) 제작자연맹과 합의한 바 있다.

조지아 주립대 영상 미디어학과 교수인 케이트 포트뮬러는 이번 사태에 대해 “사건이 진척될수록 할리우드 노동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파업이 비단 할리우드만의 역사로 남게 될지는 모르지만 국경은 넘은 수 많은 지지와 연대의 바람이 공정한 분배를 이루기위한 의미있는 역사로 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