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건식 KBS 제작기획2부,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
KoBPRA WEBZINE WRITE.S vol.83
미디어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도 제작되고, 이를 유통하는 플랫폼이나 방식도 기존의 제도에 포섭되지 않는 경우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영상 미디어의 경우를 보면 지상파TV, 케이블TV, 위성TV, IPTV, 웹하드 등을 거쳐 OTT, 최근에는 FAST까지 출현했다.
OTT는 Over Top의 약자로 인터넷만 연결되면 케이블TV나 IPTV 등을 보기 위한 셋톱박스 없이 영상이나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방식을 말한다. FAST는 Free AD-supported Streaming TV의 약자로 삼성이나 LG의 스마트TV에서 지상파TV나 유료TV를 통하지 않고 삼성TV플러스나 LG채널스의 앱을 통해서 현재 방송처럼 미리 편성된 프로그램을 보는 방식을 말한다.
OTT에서는 기존 TV와 달리 낯설은 용어가 있다. 바로 ‘오리지널(original)’이다.
그 예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웨이브 오리지널, 티빙 오리지널 등이 있다. 지상파TV에서는 오리지널은 아무 표시도 없고 재방송인 경우에는 재방송이라고 하고, tvN이나 OCN은 역으로 본방송은 ‘본’이라고 표시하고 재방송은 아무 표시가 없다. 지상파TV는 재방송이 별로 없고, tvN과 OCN은 재방송이 많기 때문에 이렇게 표기한다고 생각한다. 오리지널은 OTT에서 처음 공개한다는 의미인데, 여기에도 여러 형태가 있고 이에 따라 저작권자의 권리 행사도 달라진다.
OTT 오리지널의 의미
오리지널이란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복제, 각색, 모조품 따위에 대하여, 그것들을 낳게 한 최초의 작품”이라고 되어 있다. 옥스퍼드 사전의 설명도 큰 차이가 없다. 동일한 단어도 사용하는 곳에 따라 약간씩 의미가 변주되게 마련이다.
OTT 플랫폼에서 유난히 오리지널을 많이 사용한다. 그 원조는 넷플릭스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란 “넷플릭스에서 제작 또는 독점 배포하는 TV 프로그램 및 영화”이다. 넷플릭스가 1997년 창립했을 때 비즈니스 모델은 영화 DVD의 우편 배송이었고, 이후 TV쇼 DVD로 확대되었다. 넷플릭스는 2007년 온라인으로 OTT 서비스를 시작했음에도 DVD 배송 사업은 올해 9월에서야 종료될 예정이다. DVD를 우편으로 배송하거나 온라인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거나 모두 기존 제작사에서 제작한 콘텐츠를 활용하므로 최초의 작품에 붙이는 오리지널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스타즈는 2003년 넷플릭스와 콘텐츠 공급 협상하면서 기존 가격의 10배를 요구하여 계약이 종료되었고, 이때부터 넷플릭스는 콘텐츠 수급에 위기 의식을 느끼고 직접 콘텐츠 제작을 시도하기로 하였다. 기존의 이용권을 확보(라이센싱)한 콘텐츠와 차별화하기 위해 붙인 명칭이 오리지널이다. 2012년 <릴리 해머>가 최초의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기록되었고, 2013년 <하우스 오브 카드>가 성공하면서 오리지널 제작을 확대해 오고 있다. 이를 다른 OTT 업체도 넷플릭스처럼 오리지널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의 영향력이 커지고, 파급력 있는 오리지널이 신규 가입자 유치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지면서 더욱 오리지널 타이틀을 붙이고 있다.
OTT 오리지널의 종류
오리지널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완전한 오리지널이다.
OTT에서 직접 기획하거나 제작사의 기획을 선정하여 제작사에게 제작비를 지급하고 납품받아 글로벌에서 독점적으로 동시 개봉하는 경우이다. 일반적으로 넷플릭스는 제작사에게 제작비 전액과 제작비의 10% 전후의 이익을 보장한다. 대표적인 작품이 넷플릭스의 <하우스 오브 카드>나 <오징어 게임>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나 ‘넷플릭스 시리즈’로 표기한다. 다만, 넷플릭스 시리즈에는 다른 스튜디오나 방송사에서 만들어 제공하는 콘텐츠도 포함되는 경우가 있다.
사진출처 https://news.nate.com/view/20211001n23060
둘째, 제한된 오리지널이다.
해당 국가에서는 방송을 먼저 하고, OTT에서는 방송과 동시에 서비스하거나 약간의 시간 차이를 두고 비독점으로 서비스하지만, 해외에서는 독점으로 서비스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에도 국가별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나 ‘넷플릭스 시리즈’로 표기한다. 대표적인 작품이 <미스터 션샤인>이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국내에서는 오리지널이 아니지만, <그림>에서 보듯이 해외에서는 오리지널이다.
사진출처 나무위키
오리지널에 따른 재상영분배금
오리지널 표기에 따라 관련된 이슈는 재상영분배금이다.
재상영분배금이란 미국에서는 리지듀얼(Residuals)이라고 하며, 국내에서 콘텐츠가 유통이 되면 콘텐츠의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곳에서 작가와 실연자에게 유통 수익의 일부를 지급하는 것과 유사하다. 국내에서는 방송사가 권리를 소유하고 있는 드라마나 예능 등의 프로그램이 재방송이 되거나, 해외에 판매되거나 케이블 채널에 공급이 될 경우, 매출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작가협회와 방송실연자권리협회에 지급한다. 제작사가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제작사가 지급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완전한 OTT 오리지널인 경우 기존 방송과 달리 다른 플랫폼에 유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작가와 배우는 추가 수익이 발생할 수 없다.
반면,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OTT에 일정 기간 이상 서비스되면 국내 방송과 같이 배우, 작가, 감독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 현재 미국에서 작가노조가 파업하고 있는 이슈 중의 하나가 재상영 분배금이다. 배우에 대한 재상영 분배금은 미국 배우노조(SAG-AFTRA)가 영화와 TV 제작자 협회(AMPTP)가 1960년에 영화가 TV에서 상영될 경우 제작자가 배우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기로 계약하면서 시작되었다. 2019년부터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확대되었다. 배우는 출연료를 받기 때문에 일정 기준까지는 재상영에 해당되지 않는다. 영화는 극장 상영 기간, 무료 TV는 한 번 방송과 1주일 간의 AVOD, 유료 TV는 1년에 10일, 넷플릭스나 디즈니+ 같은 OTT는 90일이다. 이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제작자는 일정 금액을 유보해 놓았다가 배우노조를 통해 배우에게 지급한다. 디즈니나 NBC유니버설이 디즈니+나 피콕에서 최근 인기 없는 콘텐츠를 제외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재상영 분배금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작가노조는 5월 2일부터 파업에 돌입했고, 배우노조도 계약만료가 6월 30일인데 이때까지 합의가 되지 않으면 배우노조는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 감독노조는 파업 없이 재계약이 타결되었다. 미국 작가, 배우, 감독 노조의 활동을 보면서 국내에서도 수익이 나는 OTT에게는 미국처럼 재상영분배금을 요구하여 관철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국내 OTT는 적자가 매우 심한 경우이므로 수익이 날 때까지 상당 기간 이러한 요구를 유보할 필요가 있다.
유건식
KBS 제작기획2부/건국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
전 KBS 공영미디어연구소 연구소장.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방송영상 리더스포럼 위원을 맡고 있으며, 제46대 한국언론학회 이사와 언론진흥재단 미디어 미래포럼 위원을 역임했다. 2015년 광운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한국 방송 콘텐츠의 미래를 열다』『넷플릭소노믹스』『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시장을 바꾸다』 등이 있다. 올해 11월 『OTT 트랜드 2024』를 출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