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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 스테이지

땅끝마을 해남,
호텔 경영자로 새로운 무대에 서다
배우 정의갑

동경 126도. 땅끝마을 해남.

바다와 내가 오롯이 마주하는 곳.

끝없이 펼쳐진 신안 앞바다는 하늘과 바람과 호흡을 맞추며

수십 개의 섬을 숨기기도 보여주기도 한다.

지난 30년간 연기자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정의갑은

땅끝 해남에 세워진 해남126호텔에서

CEO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는 지나온 삶이 모두 지인들의 알뜰한 배려 덕분이라고

그저 감사한 삶이라고 말한다.

두 차례의 큰 수술을 딛고 새로운 출발선에 선 그를 이곳 해남에서 만났다.


동경 126도. 땅끝마을 해남.

바다와 내가 오롯이 마주하는 곳.

끝없이 펼쳐진 신안 앞바다는 하늘과 바람과 호흡을 맞추며 수십 개의 섬을 숨기기도 보여주기도 한다.

지난 30년간 연기자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정의갑은 땅끝 해남에 세워진 해남126호텔에서

CEO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는 지나온 삶이 모두 지인들의 알뜰한 배려 덕분이라고 그저 감사한 삶이라고 말한다.

두 차례의 큰 수술을 딛고 새로운 출발선에 선 그를 이곳 해남에서 만났다.


KoBPRA WEBZINE Vol.91   글. 박세나   사진. 김성헌
연기 인생 30년,
땅끝마을에 세운 무대
“배우라는 직업이 대중과 소통도 많이 할 수 있잖아요.
호텔 경영도 서비스 사업 분야다 보니 고객과의 접점이 매우 많은 편이죠.
그런 면에서 연기자와 경영자의 역할이 서로 좋은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배우라는 직업이 대중과 소통도 많이 할 수 있잖아요. 호텔 경영도 서비스 사업 분야다 보니 고객과의 접점이 매우 많은 편이죠. 그런 면에서 연기자와 경영자의 역할이 서로 좋은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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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슈퍼탤런트로 데뷔하셨습니다.
제가 1995년 2월에 제대했는데 그 다음 달에, KBS에서 슈퍼탤런트 선발이 처음으로 시작됐어요. 당시 홍보 규모가 어마어마했죠. 감사하게도 1기에 선발되어 공채 탤런트 생활을 시작했어요. 올해로 벌써 만 30년이 되었네요. 그동안 드라마, 영화, 연극, 뮤지컬 등 연기를 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는 게 제 꿈이기도 합니다.
최근 해남에서 특별한 도전을 시작하셨다고요.
지난 5월부터 이곳 전라남도 해남에서 해남126호텔 CEO로 일하게 되었어요. 해남 면적이 꽤 넓은 편인데 이곳에서 유일한 4성급 호텔입니다. 6월 초에 현판식 행사도 마쳤어요. 배우가 제2의 인생이었다면 제3의 인생을 막 시작했다고 볼 수 있네요.
연기와 함께 겸업하시는 연기자는 종종 뵙는데요, 호텔 경영자로서는 보기 드문 것 같습니다. 더구나 4성급 호텔이면 규모가 꽤 클 것 같은데요, 연기와 함께하시기 힘들지 않으세요?
저 같은 경우는 정반대로 굉장한 시너지 효과가 있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우선 공신력 있고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으면서 소통도 많이 할 수 있는 직업이잖아요. 호텔 경영도 서비스 사업 분야다 보니 고객과의 접점이 매우 많은 편이죠. 로비나 프런트에서 고객들을 자주 뵙는데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하게 되고 종종 알아봐 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 면에서 연기자와 경영자의 역할이 서로 좋은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새로운 시작이자 큰 도전이 되셨을 것 같아요.
큰 도전이죠. 고민도 많이 했고요. 배우가 뭘 하겠냐고 생각하는 분도 더러 계실 테지만, 지금은 주어진 역할에서 고객들이 편하게 쉬고 가실 수 있게 만드는 점을 최우선으로 집중하고 있어요. 호텔 경영자로 살아온 경험이 부족한 것만큼 굉장히 많이 배우며 노력하고 있어요. 특급호텔을 운영하신 지인에게 많은 자문도 구하고, 제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배우는 중입니다. 무엇보다 직원들과 신뢰를 쌓기 위해서도 큰 노력을 해야죠. 그래서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프런트나 식당, 로비에서 함께 일하기도 하고, 비가 오랫동안 내리지 않을때는 로비 입구 화분에 물도 주고…. (웃음) 다 제 가족이죠.

전봇대에 붙은 포스터가 데려다준
무대라는 세상
“무대에서 관객들의 박수소리를 듣는데
그동안 ‘나는 연기를 할 수 없구나’ 하며 단념하고 누르고 살았던
무의식이 건드려졌는지 눈물이 터져 나와서 오열해버렸지 뭐에요.
그때 아, 이 길이 내 길이구나 하는 (잘못된) 생각을 하게 되었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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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연기자의 삶으로 돌아가 볼게요.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어느 날 길을 걷다가 전봇대에 붙은 뮤지컬 배우 모집 포스터를 보게 되었어요. “느낌과 열정이 있는 여러분을 초대합니다!”라고 적혀 있었죠. 연기를 해 본 적도 없는데 그 문구를 보는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더라고요. 형편상 연기를 포기하고, 다른 전공을 선택해 대학에 다니고 있던 중이었거든요. 무슨 배짱이었는지 오디션을 보러 갔고, 하늘이 도와주셔서 덜컥 합격했어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오디션 당시 저의 연기, 노래, 춤 점수는 말 그대로 올 빵점이었어요. 얼굴 보고 뽑았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씀해 주셨는데, 너무 감사해서 정말 죽도록 열심히 배웠던 기억이 나요. 그렇게 운명처럼 올라간 첫 무대가 바로 학전에서 공연한 <돈키호테>였어요.

처음에 ‘빵점 신인’에게 과분한 역을 주셔서 비중이 조금 적은 앙상블로 데뷔했어요. 겸손했다기보다 자신의 한계를 정확히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모습을 이쁘게 보셨는지 ‘감초 역’을 주셔서, 커튼콜 때 단독 인사를 할 수 있게 되었죠.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던 그 찰나의 순간을 지금도 잊지 못해요. 박수 소리를 듣는데 그동안 ‘나는 연기를 할 수 없구나’ 하며 단념하고 누르고 살았던 무의식이 건드려졌는지 눈물이 터져 나와서 오열해 버렸지 뭐에요. 그때 아, 이 길이 내 길이구나 하는 (잘못된) 생각하게 되었어요. (웃음)
배우님의 프로필을 보면 데뷔하신 1995년부터 2024년 <결혼하자 맹꽁이>, 2025년 <빌런의 나라>까지 한 해도 쉼 없이 연기 활동을 하셨어요.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달려왔어요. 연기에 대해서만큼은 정말 늘 배고파요. 지금도 그래요. 이상하리만큼 연기에 대한 갈증은 해소가 잘 안돼요. 내가 정말 연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죠.
그런데 예전에 송강호 배우가 “어떻게 그렇게 연기를 잘해?”라는 지인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데요. “형, 나는 자는 시간 빼고 연기 생각만 하는 것 같아.” 이 얘길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가끔 강단에서 하는 말이기도 한데요, “나는 연기에 미친 척도 해보고, 미치려고 노력도 했는데 진짜 미쳐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요. 벌써 연기를 시작하고 30년을 달려왔지만, 진짜 미쳐서 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늘 던지고 있어요.

그런 고민 속에서도 여전히 배우로 살아가고 있음에 늘 감사할 뿐이에요. 배우는 갑자기 생기는 공백만큼 무서운 게 없거든요. 특히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일 경우 더 그렇죠. 그런 순간들을 잘 버티어왔으니, 여기까지 왔고, 또 그런 자신에게 고맙기도 하고 그래요. 무엇보다 정말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사실은 저는 정말 인복이 많은 사람이에요. 제 주위 분들이 제가 가진 것보다 저를 더 귀하여 여겨주셔서 다양한 분야에 저를 불러주세요. 그 감사함들이 제 삶을 이어준 것 같아요. 정말 눈물 나게 감사한 분들이 너무 많아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2013년에 부산국제영화제 폐막 작품으로 올라간 작품인데 영화 <만찬>에서 연기했던 기억이 제겐 특별함으로 남아있어요. 촬영 초반 캐릭터의 성격을 잡는 과정에서 감독님과 방향성을 맞추느라 쉽지 않았던 과정이 있었지만, 결국 저라는 배우에 대해 공감하고 인정해 주셔서인지 제 가슴 속 깊이 담긴 기억이에요.

또 하나는 올해 초 채널A에 방영된 김태균 감독의 <마녀>라는 작품인데요. 짧게 출연했지만, 그 역할을 하면서 제 마음속에 있던 것들이 많이 나왔던 것 같아요. 촬영 전에 큰 수술을 하고 목소리가 잘 안 나오던 상태였거든요. 공교롭게 맡은 역할도 자살을 시도하는 망한 중소기업 사장이라 그런지, 캐릭터가 감내하고 있는 아픔이 제 몸의 상태처럼 느껴졌던 것 같아요.

해남 그리고 호텔이라는 새로운 무대
4성급 호텔의 경영자가 되다
“연기자로 살던 제가 여기까지 내려온 건 분명히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곳을 방문하신 모든 고객이
머무는 동안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진정한 쉼을 느끼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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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호텔 경영을 하게 되신 것도 ‘감사한 인연’ 덕분일까요?
네, 그럼요. 제가 연기와 건축 제조업을 함께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영업 총괄 본부장을 맡으면서 3년 만에 회사 규모를 두 배 정도 키웠었죠. 그러한 제 삶의 궤적을 꽤 오랫동안 알고 있던 주식회사 이지스 대표가 어느 날 호텔 경영을 제안하더라고요.
사실 고민이 정말 많았어요.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약속한 날짜에 해남 호텔로 와야 했거든요. 고민은 여전했고, 설상가상 오늘 길에 예상치 않은 자동차 문제로 고생해서 겨우 도착했거든요,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호텔로 들어서는 데 느낌이 너무 좋은 거에요. ‘아, 뭐지. 이곳의 느낌… 이 편안함… ’ 그때 호텔을 처음 들어서며 제가 받은 그 ‘느낌’이 이 곳에 오시는 고객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될 거라는 확신이 생겼어요.
‘해남126호텔’만 가지고 있는 시그니처는 무엇인가요.
땅끝마을 땅끝 언덕에 있는 이 호텔의 시그니처는 무엇보다 어느 위치에 서도 볼 수 있는 남해바다에요. 그 어느 것도 방해하지 않아요. 오후 3시가 지나면 해가 넘어가면서 이 넓은 바다가 온통 윤슬로 물들어요. 숨이 막힐 정도로 곱고 이쁘죠. 흐린 날은 흐린 날대로, 맑은 날은 맑은 날대로 사람이 연출할 수 없는 자연의 힘을 느낄 수 있어요.
‘해남126호텔’에 머무는 동안 놓치지 않고 즐겨야 하는 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우선 자연이 전해주는 넉넉한 힐링 에너지가 첫 번째고요. 두 번째는 호텔 내 위치한 인피니티 풀과 자쿠지가 있어요. 석양이 하늘을 가득 채울 때 인피니티 풀에서 사진 찍으면 정말 최고의 인생 샷이 만들어집니다.
1층 로비에 서면 좌우가 통유리로 되어있어서, 앞쪽은 남해 뒤쪽은 초록이 싱그런 중정을 볼 수 있어요. 종종 로비 소파에서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시는 고객들을 뵐 수 있어요. 야외 정원으로 나가면 바다를 향해 수십 개의 의자가 놓여있어서 바다를 바라보며 휴식을 가질 수 있죠. 그리고 고객들이 칭찬 릴레이를 이어가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아침 조식이에요. 조식 때문에 또 오겠다고 말씀하시는 고객님들도 종종 뵐 수 있어요. 그리고 로비에서 가끔 저도 만나실 수 있답니다. (웃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선 연기자로서 늘 좋은 작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재 제작을 준비 중인 작품들도 있는데, 잘 진행되었음 하는 바람이고요. 호텔을 경영하는 대표로서도 잘 준비해서 계속 성장하는 게 목표입니다. 연기자로 살던 제가 여기까지 내려온 건 분명히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전문가가 아닌 저에게 이런 기회를 제안한 대표님은 아마 해남과 바다가 주는 자연의 여백을 통해 조금은 다른 문법의 호텔 경영을 기대하시는 것 같아요. 저는 이곳을 방문하신 모든 고객이 머무는 동안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진정한 쉼을 느끼셨으면 해요. 저도 호텔과 해남 바다와 점점 친숙해지면서 다양한 이벤트나 공연도 기획하고 있어요. 바다를 바라보며 감상하는 야외 음악회나 한적한 호텔 주변 길을 걸어가는 나 홀로 힐링과 같은 치유와 명상 프로그램도요. 해남 여행을 계획 중이신 협회원분들은 잊지 말고, 꼭 들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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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서 차로 40여 분. 땅끝마을 해남의 바다가 보일 즈음,
작은 언덕마루에 아늑히 들어앉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호텔은 마치 작은 미술관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1층 로비는 중정과 끝없이 펼쳐진 남해 사이에 놓여있다.
“쉼, 내 안의 고요를 만나는 시간”이라는 호텔의 슬로건처럼
하루 머무는 것 이상의 특별한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해남126 오시아노 호텔
전라남도 해남군 화원면 시아로 576-33 / 061. 534. 3000
www.haenam126.com
목포에서 차로 40여 분. 땅끝마을 해남의 바다가 보일 즈음, 작은 언덕마루에 아늑히 들어앉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호텔은 마치 작은 미술관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1층 로비는 중정과 끝없이 펼쳐진 남해 사이에 놓여있다.
“쉼, 내 안의 고요를 만나는 시간”이라는 호텔의 슬로건처럼 하루 머무는 것 이상의 특별한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해남126 오시아노 호텔
전라남도 해남군 화원면 시아로 576-33
061. 534. 3000
www.haenam126.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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