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리 노우드는 영국에 본사를 둔 AI 탤런트 스튜디오 시코이아
Xicoia
에서 만든 가상 인간으로 네덜란드 프로듀서이자 코미디언인 엘라인 벨덴
Eline Van der Velden
이 개발했다. 엘라인 벨덴은 지난 9월 취리히 영화제의 부대 행사인 취리히 서밋에서 틸리
노우드를 홍보한 후, 참석한 탤런트 에이전시들이 노우드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곧 계약
소식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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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미국배우조합
SAG-AFTRA
을 비롯한 배우들과 영화 제작자들이 즉각적인 반발에 나섰으며, “창의성은 인간 중심이어야
한다”며 AI가 배우 직업에서 주연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항의했다. 미국배우조합은 “틸리
노우드는 배우가 아니라 허가나 보상 없이 수많은 전문 배우의 작업으로 훈련된 컴퓨터
프로그램이 생성한 캐릭터”라며 “감정도 없고, 인간 경험에서 벗어난 컴퓨터 생성 콘텐츠를
관객들은 관심 있게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배우 멜리사 바레라
Melissa Barrera
는 “이런 일을 하는 에이전트와 계약한 모든 배우가 그들을 떠나길 바란다”고 소셜 미디어에
게시했다. 나타샤 리온
Natasha Lyonne
은 “이런 행위에 참여하는 탤런트 에이전시는 모든 조합에 의해 보이콧되어야 한다”고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인공지능은 영화 제작에서 도구로 자주 사용되지만, 그 적용은 뜨거운 논쟁거리이다. 2024년
아카데미상 수상작 ⟨브루탈리스트
The Brutalist
⟩ 가 에이드리언 브로디
Adrien Brody
와 펠리시티 존스
Felicity Jones
캐릭터의 헝가리어 대사에 AI를 사용한 것이 밝혀져 업계에서 논쟁을 촉발하기도 했다.
AI 배우의 활용은 2023년 말 타결된 미국배우조합의 장기 파업에서 주요 협상 포인트였으며,
배우들의 초상권과 연기를 AI가 사용하는 것을 보호하는 일부 안전장치가 마련되었다. 영화
및 TV 제작자는 배우의 디지털 복제본을 제작하고 사용하려면 배우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해당 디지털 복제본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명시해야 한다. 배우들은 디지털 복제본이
수행하는 작업에 대해 통상적으로 지급받았을 일수에 대한 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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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게임 배우들의 1년간 파업도 AI 보호 조치가 핵심이었으며, 2024년 7월 새
계약에서는 고용주가 디지털 복제본을 만들기 위해서는 서면 허가를 받도록 의무화했다.
디즈니는 지난 12월 오픈AI가 10억 달러의 지분 투자를 하는 조건으로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아바타 등 200여 개 캐릭터를 활용해 AI 동영상 및 이미지를 제작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3년짜리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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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초상권이나 음성은 제외하여 배우 노조의 큰 반발은 없다.
이는 디즈니가 추진한 AI 혁신 프로젝트의 좌초에 따른 대안으로 보인다. 디즈니는 약
5,000만 달러를 투입한 AI 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했는데, 기술적 한계와 배우 및 제작 인력의
반발, 내부 의사결정 구조 문제로 인해 사실상 진전을 내지 못하고 좌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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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AI·MR 기반의 제작 효율화를 위해 기술활성화부서
OTE, Office of Technology Enablement
를 신설하고 제이미 보리스
Jamie Voris
최고기술책임자가 이끄는 AI 전략을 추진하였다. 목표는 제작·후반작업 비용의 절감, 사내
AI·MR 기술을 활용하는 프로세스 구축, 윤리적·책임감 있는 AI 사용 기준 수립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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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핵심 인재의 이탈, 조직 내부의 문화적 저항, 법적 리스크, 그리고 현재 AI 영상
생성 기술의 수준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목표 달성에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아마존 스튜디오의 기술 총괄 출신인 벤 스태베리
Ben Stanbury
를 영입했으나, 결국 해임되었다. 배우·감독·애니메이터 등 창작 인력은 AI 배우 복제·AI
장면 생성·AI 모델 트레이닝에 대한 강한 반감을 표출하였다. 특히, 영화배우 니콜라스
케이지(Nicolas Cage)는 AI를 “dead end
막다른 길
”이라고 주장했고, 멕시코 출신의 세계적 영화감독인 기예르모 델 토로
Guillermo del Toro
는 “AI를 쓰느니 차라리 죽겠다”고 발언하였다. 또한, 디즈니가 AI 기반 숏폼 기능을
디즈니+에 도입할 수도 있다고 언급하자, 애니메이션 〈Owl House〉의 창작자 다나 테라스
Dana Terrace
가 공개적으로 “디즈니+ 구독을 해지하라”라는 반발 메시지를 게시하였다.
이에 디즈니는 핵심 크리에이터와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AI 프로젝트 우선순위를 낮추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저작권 리스크를 우려해 자사의 방대한 영상 콘텐츠로 학습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애플TV+에서 11월 공개한 ⟨풀루리부스
Pluribus
⟩는 엔딩 크레딧에 “인간이 만들었다”고 고지했다. 이는 에미상·골든글러브 수상작인
⟨브레이킹배드⟩와 ⟨베터콜사울⟩ 등을 만든 제작자 빈스
길리건의 뜻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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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활용하여 만들었다고 표기하는데, 이 드라마는 오히려 인간을 강조한 것을 보면
미래에는 AI 작품이 더 많을 것이라는 뜻이지 않을까 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영상 제작은 기술의 발달과 함께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난이도가 높은 장면이나 현실 세계에 없는 공간을 묘사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구현했지만, 앞으로는 AI를 활용하여 수월하게 만들어 낼 것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로커스엑스에서 개발한 로지, 스마일게이트와 자이언트 스텝이 개발한 한유아 등
가상 인간이 광고에 많이 활용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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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는 티빙 오리지널 ⟨내과박원장⟩에 엑스트라로 출연하였고, 펄스나인이
만든 재인은 4부작 웹드라마 ⟨안녕하쉐어⟩에 조연으로 출연하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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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베어스의 도아
DOA
도 영화 ⟨아이돌을원하나⟩와 웹드라마 ⟨호러메이트⟩에 배우로
출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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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AI의 학습이다. 기존의 방송 영상이나 영화를
학습해야 우수한 품질의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으므로 학습에 대해 조율해야 한다. 방송
3사는 네이버가 방송 기사를 허락도 없이 생성형 인공지능인 하이퍼클로바와
하이퍼클로바엑스를 학습에 이용했다며 지난 1월 손해배상과 추가 학습을 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며 낸 소송을 냈다. 11월에 열린 2차 변론기일에서 재판부는 침해받은 개별 저작물을
특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렇게 되면 방송사의 뉴스를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호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
지난 4월 미국에서 개인의 동의 없이 만들어진 디지털 복제품의 확산으로부터 창작자의 음성
및 시각적 유사성을 보호하기 위해 발의된 “가짜 금지법
NO FAKES: Nurture Originals, Foster Art, and Keep Entertainment Safe
” 처럼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 차원에서도 제도적 보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실연자의
목소리와 외모가 단순한 데이터셋으로 취급받는 현실에 문제를 제기하고 실연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행동해야 할 중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