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95 · AUGUST 2026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 웹진
올려다본 JTBC 사옥의 유리 건물 위에 'jtbc' 로고가 보이고, 왼쪽에는 저울을 든 색색의 실연자 실루엣이 겹쳐진 합성 이미지 — 방송 구조조정과 실연자의 권리를 상징한다
insight · Issue Focus

실연자가 마주한 미디어 생태계의 전환점

JTBC의 위기와
방송 구조조정

지난 6월 15일, JTBC는 206억 원의 채무를 막지 못했다. 같은 날 JTBC와 중앙홀딩스,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등 중앙그룹 5개 계열사가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후 법원은 JTBC에 대해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을 승인하며 개시 결정을 일단 보류한 상태다.

스타 PD를 영입하고 대형 콘텐츠에 돈을 쏟으며 종편의 패러다임을 바꿨던 방송사가 법원의 관리 아래 들어간 것이다. 개별 방송사의 경영난으로 읽으면 편하다. 그런데 그렇게만 읽어도 되는 사건일까. 지난 10여 년 한국 방송 산업을 떠받쳐 온 '고비용 제작–광고·유통 회수' 모델이 한계에 왔다는 신호로 보는 것이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JTBC가 첫 번째였을 뿐, 방송 산업 전체가 구조조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이야기다.

A Shockwave in the Drama Market

JTBC의 위상과 드라마 시장의 충격

넷플릭스 기준으로 쓰고 레거시 기준으로 버는 간극

JTBC는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기획력과 과감한 투자의 대명사였다. 《품위있는 그녀》, 《SKY 캐슬》, 《부부의 세계》, 《재벌집 막내아들》. 지상파의 틀을 깨는 소재와 완성도로 흥행작을 이어갔고, 한국 드라마의 질적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글로벌 OTT 시장에서도 통하는 몇 안 되는 사업자이기도 했다.

문제는 돈이었다. 글로벌 OTT가 끌어올린 제작비는 계속 치솟았는데, 회수할 곳은 그대로였다. TV 광고 시장은 해마다 줄고, 국내 유통만으로는 제작비를 감당할 수 없다. 쓰는 돈은 넷플릭스 기준인데 버는 돈은 레거시 기준인 셈이다. 이 간극을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다.

회생절차 신청 직후 신작 《연애의 재발견》이 출연진 발표 열흘 만에 촬영을 잠정 중단했다. 파장은 이미 현장으로 번지고 있다.

Key Takeaway

JTBC의 위기는 한 방송사의 경영난이 아니라 ‘고비용 제작–국내 회수’ 모델의 한계 신호다. 넷플릭스 기준으로 쓰고 레거시 기준으로 버는 간극을 못 버틴 첫 사례다.

Ten Dramas a Year, Gone

연간 10여 편의 증발

고사 위기에 처한 제작 생태계

가장 직접적인 결과는 드라마 편성의 축소다. JTBC는 한 해 10여 편의 드라마를 편성해 온 방송사다. 이 물량이 줄거나 사라지면 그만큼의 제작 기회가 시장에서 통째로 빠진다. 국내 드라마 제작 편수는 이미 2022년 141편에서 2024년 100편 안팎까지 내려왔다. 그 위에 주요 편성처 하나가 더 흔들리는 것이다.

드라마 한 편이 사라진다는 것은 화면에서 콘텐츠 하나가 빠지는 일이 아니다. 기획부터 촬영, 후반 작업까지 수백 명이 참여하던 일자리가 함께 사라지는 일이다. 편성이 줄면 오디션도, 단역과 조연의 자리도, 성우와 보조출연의 일감도 같이 줄어든다. 제작 생태계의 자금 순환이 막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Where the Restructuring Leads

구조조정은 어디로 가는가

편성 보수화·OTT 의존·출연료 압박, 그리고 약한 고리

이번 구조조정이 일회성 진통으로 끝날까.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방향은 이미 몇 가지 윤곽이 드러나 있다.

첫째, 편성의 보수화다. 방송사들은 검증된 기획과 시즌제, 소수의 대형 작품에 자원을 집중하고, 나머지는 제작비가 덜 드는 예능과 교양으로 채울 것이다. 새로운 기획과 새로운 얼굴이 진입할 문은 그만큼 좁아진다.

둘째, 글로벌 OTT 의존의 심화다. 국내 방송사의 제작 여력이 줄어들수록 대형 드라마의 편성 결정권은 글로벌 플랫폼으로 넘어간다. 어떤 작품이 만들어지고 누가 출연할지가 국경 밖에서 결정되는 비중이 커진다는 뜻이다.

셋째, 제작비 구조 자체를 손보려는 움직임도 시작됐다. 출연료를 순제작비의 일정 비율 이내로 묶자는 논의가 대표적이다. 고액 주연 출연료를 겨냥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비용 절감의 칼끝이 출연료 항목을 향하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가볍지 않다.

그리고 이 재편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쪽은 언제나 생태계의 약한 고리다. 주연급 배우와 대형 기획사는 글로벌 OTT로 활로를 찾는다. 그러나 이름이 덜 알려진 중소·조연급 배우, 성우, 희극인, 미니시리즈를 중심으로 활동해 온 다수의 실연자들에게는 출연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 제작비 감축을 명분으로 출연료 양극화가 심해지고 불공정 계약이 강요될 위험도 커진다.

Key Takeaway

구조조정은 편성 보수화·OTT 의존·출연료 압박으로 향하고, 타격은 약한 고리에 집중된다. 주연급은 OTT로 살아남지만 중소·조연급과 성우·희극인은 출연 기회 자체를 잃는다.

In the End, It Is People We Must Protect

결국 지켜야 할 것은 사람이다

안전망·재사용 보상·AI 가이드라인, 지금 준비할 것

그래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첫째, 구조조정의 비용이 현장 실연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 표준계약서 준수를 강화하고, 제작 편수가 줄더라도 정당한 노동의 대가와 기본 출연료가 훼손되지 않도록 협회 차원의 공조가 필요하다.

둘째, 재방송료와 2차 사용료 체계를 더 정밀하게 정비해야 한다. 디지털 재배포, OTT 스트리밍, 글로벌 유통까지, 1차 방영 이후에 발생하는 수익의 갈래는 계속 늘고 있다. 편성이 줄어들수록 이미 만들어진 콘텐츠의 유통에서 나오는 보상이 실연자의 생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커진다. 신작이 줄면 구작의 권리가 그만큼 중요해지는 셈이다.

셋째, 제작비 절감 압력은 필연적으로 AI 등 신기술의 활용 시도로 이어질 것이다. 실연자의 초상과 목소리, 연기의 가치가 무분별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가이드라인을 미리 마련해 두어야 한다.

JTBC의 위기와 방송 산업의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재편의 과정이다. 다만 산업의 체질이 바뀌는 진통의 시간일수록, 콘텐츠의 본질을 만드는 사람들의 노동 가치는 지켜져야 한다. 위기의 짐을 약자에게만 지우지 않는 것.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 방송 생태계가 다시 도약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그것이지 않을까.

Key Takeaway

위기의 짐을 약자에게 지우지 않는 것이 재도약의 첫 조건이다. 기본 출연료 안전망, 재방송료·2차 사용료 정비, AI 대비 가이드라인 — 지금 준비해야 한다.

Writer
필자 조영신

조영신 Cho Young-shin

미디어엔터연구소 C&X 대표 · 동국대학교 대우교수

미디어엔터연구소 C&X 대표이자 동국대학교 대우교수를 겸하고 있다. 현 방송학회 미디어정책특위 콘텐츠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이전에는 SK 브로드밴드 경영전략그룹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애프터넷플릭스》, 《AI와 레거시 콘텐츠 사업자의 변화》 등이 있으며, 《숏폼 시대 - 무마찰사회》도 출간 예정이다.

사단법인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 KOBPRA · Korea Broadcasting Performers' Rights Association
문화체육관광부 승인 저작권신탁관리단체 · 설립 2001년
서울시 마포구 마포대로 19 신화빌딩 2층
02. 784. 7802 · kobpra@kobpra.or.kr

웹진을 가장 먼저 만나는 방법.

THE PERFORMER의 다음 호를 가장 먼저 보실 수 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

사단법인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KOBPRA, 이하 ‘협회’)는 웹진 THE PERFORMER 뉴스레터 발송을 위해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합니다. 내용을 확인하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1.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2. 수집 및 이용 목적
웹진 뉴스레터 발송(신규 호 발행 안내, 주요 콘텐츠 및 소식 전달)
3. 보유 및 이용 기간
구독 해지(수신 거부) 또는 동의 철회 시까지 보유하며, 목적 달성 후 지체 없이 파기합니다.
4. 동의 거부 권리 및 불이익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를 거부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 이용이 제한됩니다.
5. 수신 거부 및 동의 철회
발송되는 뉴스레터 하단의 ‘수신거부’ 링크 또는 협회 문의처를 통해 언제든지 구독을 해지하고 동의를 철회하실 수 있습니다.

본 동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 제공을 위한 것으로, 협회의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개인정보처리방침을 따릅니다.

© 2026 KOBPR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