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호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 사무처장
KoBPRA WEBZINE WRITE.S vol.82
아크미디어(ARC MEDIA)에서 제작한 <크레이지 러브>는 2022년 3월 7일부터 4월 26일까지 KBS2에서 16부작으로 방영된 월화드라마이다. 보통의 경우라면 이 시기에 방영된 지상파 프로그램의 정산은 이미 처리가 끝나, 지금 시점에서는 제작에 참여한 협회원들은 이미 사용료를 분배받았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드라마에 대한 재사용료 지급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협회는 KBS로부터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사용료 정산을 할 수 없다는 답변만 받은 상태이다. KBS의 이유는 ‘방영권 구매 드라마’라는 것이다.
사진출처 KBS
방송사는 방송법 제72조(순수외주제작 방송프로그램의 편성)에 의해 총 방송시간의 일부를 외주제작 프로그램으로 의무 편성하도록 되어있다. 이 법안은 지난 2000년 지상파방송사 중심의 레거시 미디어가 방송 산업의 전부였던 시기에 지상파방송사의 독과점을 막고 독립영상제작사들 프로그램의 유통창구를 마련해 제작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도입되었다.
이에 따라 협회는 지상파방송사 3사(KBS, MBC, SBS)의 협약에서도 방송사가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과 방송사가 아닌 ‘외주제작사가 제작한’ 프로그램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원활하게 정산이 이루어져 왔다. 그런데 지난해 7월, KBS는 드라마 <크레이지 러브>를 비롯 <징크스의 연인>과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는 KBS가 방영권만 구매했기 때문에 재방송료를 지급하지 않겠다며 일방적인 통보를 해왔고, 이로 인해 지금까지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한 많은 협회원의 재사용료 정산이 이루어지지 않고있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외주제작 프로그램의 편성은 방송법 제72조에 의해 지상파방송사가 지켜야할 의무이다. 또한, 방송사는 외주제작사로부터 프로그램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한 「방송프로그램 제작·방영권 구매 표준계약서」 또는 이에 준하는 계약을 하게 되는데, 이 계약서의 제9조에는 “작가 및 실연자 등에 대한 저작권 사용료는 수익배분의 편의를 위하여 방송사가 지급하는 것으로 한다.”고 정확하게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KBS는 그간의 과정이 무색하게 지난 OO부터 드라마 <크레이지 러브>, <징크스의 연인>,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은 KBS가 외주제작사로부터 단순히 방영권만을 구매했기 때문에 외주제작프로그램이 아닌 ‘수급물’이고 때문에 해당하는 프로그램들에 대한 저작권사용료를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여 년간 명확한 법적 근거를 토대로 외주프로그램에 대한 사용료를 징수해 온 협회와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으며 무엇보다 이는 협약을 위배하는 초유의 사태라고 볼 수 있다.
KBS는 지금이라도 억지 주장을 멈추고 방송실연자들이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존중하고 미지급한 재방송료를 지급해야 한다. 오히려 프로그램을 제작하지 않고 방영권만 구매함으로서 제작 비용을 줄이고 사업성을 높였다면, 도리어 더 높은 사용료 요율을 적용해야 한다. 또한 상호신뢰를 기반으로 협회와의 별도 협상이 필요할 때는 일방적 통보가 아닌 공식적인 협상 테이블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해가 거듭될수록 방송사의 외주제작프로그램의 편성 비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방송사 중심이었던 제작시장이 방송사외 스튜디오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이번 문제는 정확하게 해결되어 안타까운 상황이 다시 재발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