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시작된 미국배우노조의 파업은 ‘파업을 한다면 이렇게!’라고 말하듯 ‘할리우드 콘텐츠 산업’을 멈추게 했다. 할리우드가 멈추니 전 세계 콘텐츠 시장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다. 미국배우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서 조합에 가입된 16만 명에 달하는 배우들은 파업기간동안 헐리우드 제작사로부터 어떠한 제공을 받을 수 없으며, 제작자연맹과 체결된 프로젝트에는 참여할 수 없다.
2년을 기다렸는데
2023년 11월 개봉을 예고하며 이미 티저 영상까지 소개된 티모시 살라메 주연의 <듄2>는 아쉽게도 연내 개봉이 불발되면서 내년 3월을 기약했다. 2021년 <듄1> 개봉이후 파트2를 손꼽아 기다린 팬들에게는 슬픈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듄>의 제작을 맡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는 이달 5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올해 감가상각 전영업이익(EBITDA)을 105~110억 달러로 예측했다. 파업 전 실적 발표에 비해 5억 달러(한화 약 6,650억 원)나 줄어들었다. 두 가지 사례의 이유는 역시 조합의 파업이다.
영화제와 총파업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다양한 작품을 상영하는 대표적인 북미 영화제인 ‘토론토 국제영화제’가 지난 7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개최되었다. 이번에는 초청된 한국 작품은 <몸값>, <미망>, <밀수>, <보통의 가족>, <잠>, <콘크리트 유토피아>등 총 6편으로 지난해 5편에 비해 한 편이 늘었다. 현지에서는 K 콘텐츠의 인기가 올라간 점을 염두에 두면서도 미국발 두 조합의 파업 여파에 대한 의견에 무게를 더했다. 두 조합의 파업으로 미국 작품의 출품이 줄고 미국 배우들의 참석이 줄 것을 미리 예상해 예년보다 아시아 작품이 늘렸다는 것이다.
파업의 여파가 닿은 영화제는 비단 토론토뿐만 아니라 제80회 베니스 영화제도 마찬가지이다. 제75회 에미상은 개최 일정을 연기했다. 국내 영화제도 그 여파가 뚜렷하다. 다음 달 4일에 개최하는 부산국제영화제 관계자도 행사 예산 삭감과 할리우드 파업으로 인해 개최작 상영 및 게스트 초청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든 위기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곤 한다. 각 영화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더욱 알차고 집약된 프로그램을 구성해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글로벌 변수 속에서 꿋꿋한 K 콘텐츠
할리우드가 멈추고 전 세계 콘텐츠가 비상이 걸린 이때, K 콘텐츠의 긍정적인 도약을 예측하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넷플릭스는 4년간 약 3조가 넘는 투자를 약속했고, 디즈니 플러스도 한국 철수설을 거두고 국내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약속했다. 미국 배우와 작품을 배제한 유수의 국제 영화제도 K 콘텐츠 발 아시아 영상 콘텐츠와 아티스트들에게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수십 년간 블록버스터를 선보인 할리우드 시스템을 넷플릭스가 바꾸려 하고 있다”며 “넷플릭스 가입자 중 60%가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시청했다. 이것은 세계적인 히트작은 어느 나라나 어느 언어로든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산업이 화려해지고 거대해지는 것과 별개로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자와 연기자들도 같은 혜택을 누려야 하는 점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전망이 크다. 투자를 약속하면서 아직 협상 테이블에조차 앉지 않는 넷플릭스의 태도는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