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 스크린 은 방송 매체를 벗어나 출판, 전시, 공연, 유튜브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활동을 확장하며 평소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화면 너머의 실연자들의 다채로운 생활을 찾아보는 코너입니다.

자타공인 프로 N잡러!
성우 이다슬

KoBPRA WEBZINE 87  INTERVIEWER  이한빛

성우 활동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스페셜리스트보다 제너럴리스트!

백세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를 바라보는 요즘, 앞으로는 평생 직업 하나로 사는 것이 아닌 최소 2~3개의 직업은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저런 아르바이트 생활을 하며 다양한 일을 경험해 보거나 본업과 병행하며 다른 일을 하는 투잡은 종종 볼 수 있지만 한 번에 일곱 가지의 일을 업으로 삼아 사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대학생 시절 빅뱅, 원더걸스 등의 백업댄서로 첫 직업을 가진 뒤 MBC강원영동 아나운서, 그리고 KBS 41기 공채 성우에 합격했다. 성우라는 직업에 정착해 살 거라 생각했지만 이후 보이스 스피치 강사, 라이브 커머스 진행, 요가 강사, 댄스 강사, 그리고 최근엔 첫 에세이를 발간하고 두 번째 책 작업을 시작하며 '작가'라는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 무려 7개의 직업을 갖게 된 그녀. 스스로를 한계에 가두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꿈을 꾸고 싶다 말하는 제너럴리스트 성우 이다슬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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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인터뷰 with 이다슬
성우 이다슬, 하면 이제는 ‘프로N잡러’라는 수식어가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본업인 성우 외에도 다양한 일을 하고 계시는데, 어떻게 보면 모두 사람들 앞에 나서는 일입니다. 엄청 외향적이고 사람들로부터 에너지를 받는 것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본업인 성우 외에 프리랜서 아나운서, 보이스 스피치 강사, 라이브 커머스 진행자, 요가 강사, 댄스 강사 그리고 작가까지 7개의 직업으로 생계형 프리랜서 N잡러로 살다보니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더 많은 만남과 인간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어요.
그래서 이왕이면 적극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편이 일에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외향적이냐 내향적이냐 물으면 저도 잘 모르겠어요.(웃음)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밖에서 북적이는 술자리를 해야 힘이 나기도 하지만, 집에서 며칠간 드라마를 몰아보며 힐링 할 때도 있거든요. N잡러로 여러 직업의 페르소나를 쓰는 것처럼 인간 이다슬 안에도 다양한 페르소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N잡러의 이야기를 담은 <안녕하세요 프로N잡러입니다>를 발간하며 작가의 영역으로 발을 넓혔습니다. N잡러로 알려지기 시작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공채 성우가 된 후에는 성우로만 살 줄 알았어요. 하지만 선배님이나 동기들에 비해 성우를 준비한 시간이 짧은 편이어서 프리랜서 시장에 나왔을 때 저만 부족한 것 같고 여러모로 살아남을 자신이 좀 없었어요. 그래서 그동안 따온 자격증과 공부한 것들을 성우 일과 함께 병행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이 본업인 성우 일에도 자양분이 되어줬습니다.
처음 N잡러로 저를 소개했던 것은 2018년 네이버 잡스엔이라는 인터뷰를 통해서였는데요, 댄서, 아나운서를 거쳐 성우가 됐고 그 후에도 대학원에 다니며 자격증을 이것저것 따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성우 역시 자격증 수집하듯 도전했을 거라고 뒷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솔직히 속상했어요.
<유퀴즈 온더 블럭> 출연 후에 댓글에도 이런저런 말이 많더라고요. 지금 N잡러를 바라보는 인식을 반영하 듯, ‘제대로 하는 건 하나도 없네’ 같은 댓글도 있었죠. 하지만 그런 댓글 사이에 '우리가 아는 고대 유명한 선인들은 사실 다 N잡러였습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처럼 말이죠.’라는 대댓글 하나가 저에게 큰 위로가 됐습니다. 최근 강연에 다닐 때 많이 인용하고 있는 말이기도 한데요, 그분들은 다 철학자이자 수학자이고 예술가이자 과학자였잖아요. 그래서 저도 제 N잡러 삶에 더 자부심을 가지려고 합니다.
하지만 어렸을 때 장래희망은 ‘변호사’였다고 들었어요. 서울대 재학 시절 사법고시 준비를 그만두고 방송일을 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요?
아버지는 많이 서운해 하셨지만, 어머니께선 함께 고민해주셨어요. ‘연기를 배웠던 것도 아니고 이제 와서 아이돌 연습생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무작정 하고 싶다고만 하면 어떡하니? 하고 싶은 것을 하려면 그간 해온 것, 잘하는 것, 할 수 있는 것들에서 잘 찾아보고 합쳐 봐야지’라면서 말이죠. 그렇게 스물 여섯, 남들 보단 늦은 시작이었지만 아나운서를 목표로 달려서 2014-2015년 MBC 강원영동에서 아나운서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어요. 이후 2016년에 KBS 41기 공채성우로 합격했을 때는 부모님이 많이 기특해 하셨어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만큼 시간관리가 제일 중요할 것 같아요. 하지만 종종 미리 잡힌 일정보다 큰 프로젝트가 들어오면 어떤 일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도 될 것 같은데요?
다행인지 아직까진 그런 일이 많이 없어서, 질문 덕분에 상상을 좀 해보았습니다.(웃음) 물론 먼저 잡힌 일이 있는 날, 딱 그 시간에 겹쳐서 다른 일 연락을 받을 때도 종종 있었는데요, 이건 N잡러가 아니더라도 프리랜서라면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때 기준은 돈보다는 뒤에 들어온 일이 얼마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이냐인데, 이럴 땐 잠시 양해를 구하고 이전에 잡힌 일에 조정이 될지를 여쭤봐요. 어떤 일인지, 왜 조정을 부탁드리는지에 대해 솔직하게요. 먼저 잡힌 쪽에서 어렵다고 하면 아쉽지만 이후에 연락온 일이 아무리 큰 일이라도 제 것이 아니었다 생각합니다. 당장 눈앞의 이득 때문에 그동안의 관계와 저에 대한 평판까지 잃고 싶지 않거든요.
한 가지 일만 해도 일상과 밸런스가 맞지 않으면 번아웃이 오기 마련인데, 스트레스 관리는 어떻게 하고 계세요? 어떤 것으로 힐링의 시간을 보내시는지 궁금해요.
너무 많아요. 일단 저의 N잡의 시작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함이었기도 하고요. 일단 힐링이 되는 작은 활동들을 일상 루틴에 포함 시킵니다. 매일 하는 강아지와의 산책이나, 등산, 친구와의 술 한 잔 같은 것들이요. 그리고 매일 글도 쓰고 있습니다. 하고 싶지만 안 하는 게 나은 말, 혹은 하고 싶지만 어차피 못할 말, 미처 못한 말 등을 글로라도 옮기면 좀 풀리더라고요. 심지어 나중에 그 글을 다시 보면 ‘어? 고작 이런 일로 이렇게 힘들었다고?’라며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잘 이겨냈단 사실에 스스로가 기특하기도 하고 자기 객관화도 되더라고요.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스트레스 해소법은 역시 덕질이에요. 좋아하는 연예인의 공연을 꼬박꼬박 찾아다니는데 여행 삼아 해외 공연 일정까지 가기도 해요. 더 중요한 건 저 스스로를 덕질하는 일인데요, 2021년부터 ‘격월이다’라는 저만의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제가 모델이 되어 두어 달에 한 번씩 다양한 컨셉으로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하다보니 자기 관리도 꾸준히 하게 되더라고요.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 및 바라는 점이 있다면?
당장의 계획은 ‘작가’라는 막내 직업을 잘 자리잡게 하는 것이에요. 첫 에세이 홍보도 열심히 하고 이걸 바탕으로 전국으로 강연도 활발히 다니고 싶어요. 동시에 지금 하고 있는 7개의 직업을 융합한 활동도 준비하고 있어요.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세상에 선보일 수 있도록 부지런히 즐겁게 달릴 생각입니다.
이 바람은 조금 거창할 수 있지만 사회의 인식이 바뀌었으면 하는 거예요. ‘너는 꿈이 뭐니?’라는 질문에 ‘아직 몰라요.’ ‘찾아가는 중이에요.’ ‘이것저것 너무 많아요.’ ‘그냥 좋아하는 거하면서 사는 거요.’라고 대답해도 괜찮은, 이상하게 보지 않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런 대답의 근거이자 믿을 구석이 되고 싶어요. 나아가서 30대 40대 50대,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든 내가 나의 꿈을 궁금해하고 이야기하는 게 자연스러워지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