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국의 협회원과 연기자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 매우 기쁩니다. 수석협상가라는
직업은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직업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2001년 미국배우조합의 법무부서에서 주니어 변호사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2006년부터
수석 변호사로 일했고, 2012년부터는 총괄 법률 고문으로 음악 계약 협상도 담당했습니다.
최고운영책임 겸 수석협상가로의 활동은 2021년부터로, TV와 라디오 광고, 영화, 스트리밍
계약, 그리고 음악 계약을 포함한 다양한 협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다른
협상가들과 협력하며 우리가 진행하는 모든 협상을 감독하고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 계약을 다루셨던 것 같네요.
네, 그렇죠. 단체 협상과 집행은 미국배우노조의 주요 역할이고, 따라서 모든 계약이
중요합니다. 매년 수백 건의 계약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는 중요한 대규모 협상에 직접
참여하고, 나머지는 팀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23년 동안 협상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협상은 언제인가요?
작년에 있었던 영화, 텔레비전, 스트리밍 분야의 협상과 파업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수석협상가로 참여했고, 또 40년 만에 처음으로 이 분야에서 파업을 했던 해이기도
했습니다. 우리 노조는 AI 기술로부터 연기자를 보호하고, 인플레이션이 반영된 최소한의
임금을 인상하며, 또한 스트리밍 사업으로 인한 비즈니스 관련 조항을 변경하는 등 매우
중요한 협상들을 위해 싸웠습니다. 어려움도 있었지만 결국 우리가 원하는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냈습니다. 조합원들을 비롯해 저와 프랜 드레셔(Fran Drescher) 미국배우노조 회장
그리고 협상 위원회가 함께 협력한 덕분이었습니다. 매우 기쁘고 자랑스러운 순간으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협상의 주요 변곡점
© Hollywood Report
작년 파업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 상황과 비교하며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웠는데요,
많은 경우 미디어 기술 전환과 파생되는 문제에서 한국이 미국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온라인 VOD 서비스가 미국 시장을 완전히 바꾼 후, 한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현재 한국 콘텐츠 산업도 새로운 AI 기술과 OTT 스트리밍 서비스를 어떻게 다룰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작년에 미국배우노조가 겪은 문제이기도 한데요, 이 분야의
선발주자로서 협상 중 주요 변곡점에 대해 자세히 말씀 부탁드립니다.
당시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스트리밍과 AI 관련 비즈니스 모델(근로 환경 및 계약 조건
등)의 변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가 얼마나 진지한지 믿지 않았고, 이 점은 우리가 파업을
결정한 중요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스트리밍 전에는(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 등장 이전) 텔레비전 드라마 연기자들이 한
해 22편에서 26편을 촬영하고 한두 달 정도의 휴식을 가지는 것이 일반적었지만, 이후에는
에피소드 제작이 8편에서 10편으로 축소되었고, 시즌간 공백이 2년씩 생기면서 에피소드당
출연료를 받는 연기자들은 생활비를 감당하거나 경력을 유지하기조차 어려워졌습니다.
이 문제는 조합과 연기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사안이었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 협상 후
회사들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파업이 해결점이 될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기업 CEO의
협상 참여가 항상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작년의 경우 AI 기술과 스트리밍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가 연기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최고 책임자의 인식이
필수적이었습니다.
결국 CEO들이 협상에 참여한 후에 공정하고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작년 협상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파업의 결정과 CEO의 협상 참여라고 할 수
있습니다.
CEO들을 협상 테이블에 앉게 만든 비결은 무엇이었나요?
파업이 가장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회사들은 파업 중에는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우리는 파업 첫 날부터 대화할 의지를 분명히 전달했습니다. 저는
공식적으로 반복해서 OTT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의 CEO가 직접 대화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죠. 파업 전 진행했던 협상에서도 CEO들은 참여하지 않았고 우리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작가노조와 함께 6개월 동안 파업을 하며 관련 산업과 노동자들에게 60억
달러(한화 약 7조 8천억 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되자, CEO들은 연기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협상 참여의 중요성을 인식했고, 결국 협상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결론적으로
파업으로 인해 많은 손해가 발생했지만, 우리의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결정이었고,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파업과 협상, 그 이후의 변화들
작년 파업은 OTT 스트리밍 서비스와 AI 기술이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한국은 AI 기술
돌파구를 더 주목하고 있지만, OTT 스트리밍 문제가 더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입니다.
상당수의 한국 영화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OTT 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아직 회사들과 협상할 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파업 이후, 연기자들의 출연료는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이번 파업의 변화 중 하나는 ‘최저임금 인상’입니다. 주요 연기자들은 11.25%
인상되었고, 보조연기자들의 경우에는 그보다 조금 더 많이 인상되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상쇄하고 연기자가 더 많은 초기보상(처음 받는
급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스트리밍과 재방송료 부문에서는 두 가지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해외 사용료 지급 방식의 변화입니다.
이전에는 미국 외 지역에서의 사용료가 국내 에 비해 훨씬 적게 지급되었지만, 이제는
미국 내 사용과 동일한 기준으로 지급됩니다. 많은 미국 프로그램이 해외에서도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이 변화는 연기자들의 재방송료가 크게 증가된 것을 의미합니다.
두 번째는 스트리밍 성공 보너스입니다.
이는 방송 이후 첫 90일 동안 국내 구독자의 20% 이상이 시청한 성공적인 프로젝트에 대해
지급됩니다. 이에 더해지는 추가 보수는 재방송료의 100%이며, 따라서 재방송료는 두 배로
늘어나게 됩니다. 이 보너스의 일부는 성공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한 배우들에게 지급되고,
일부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참여한 모든 배우들이 공유하는 기금으로 사용됩니다.
또한 우리는 연기자들이 휴식 기간에도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근무 환경을
개선하였습니다.
회사 시리즈의 시즌 사이 공백기에 보상 없이 배우를 묶어두곤 했습니다. 그래서 이
기간을 짧게 줄였고 이 기간보다 늘어날 경우 추가적인 보상을 지급하도록 하였습니다.
따라서 연기자는 다음 시즌을 위해서 보상 없이 대기해야 하는 일이 줄어들 것입니다.
재방송료의 기준
© deadline
미국 외 해외 사용의 재방송료를 국내 재방송료와 동일한 수준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재방송료 정산 대상에 해당하는 미국 프로그램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우리 조합의 계약에 따라 제작된 모든 작품은 해외 사용에 대해 재방송료가 발생합니다.
제가 방금 말한 조항들은 특히 스트리밍에 해당하는 것들로 즉, 고예산 구독형 주문형
비디오(SVOD, Subscription Video On Demand)를 위해 제작된 프로젝트를 말합니다.
넷플릭스, 훌루, 디즈니 플러스 등 이러한 채널을 위해 제작된 모든 작품이 해당되며 전
세계 어디에서 사용되든지 제작자는 해당 규정에 따라 재방송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
기타 유형의 텔레비전, 예를 들어 지상파, 케이블, 유료 텔레비전에 대해서도 해외
재방송료에 대한 규정이 적용됩니다. 따라서 우리 조합의 계약에 따라 제작된 작품이 전
세계 어디에서 사용되든, 그 사용에 대해 연기자에게 재방송료를 지급하게 되어 있습니다.
한국 제작사에 의해 미국에서 배포되는 영어 작품도 재방송료에 정산 대상에 포함되나요?
아닙니다. 오직 미국배우조합의 계약에 따라 제작된 경우만 해당됩니다. 재방송료는
단체협상 과정으로 이루어지는 계약상의 지급입니다. 이는 로열티나 정부에 의한 부과되는
보상금과는 다릅니다. 예를 들어, '오징어 게임' 같은 프로그램이 스페인에서 사용된다면,
스페인은 해당 프로그램을 이용할 때 넷플릭스에게 사용료를 지급하고, 연기자는 그들의
몫을 받게 됩니다. 미국에서는 그런 시스템이 없지만, 단체협상을 통해 합의된 재방송료가
프로듀서에 의해 지급되는데, 이 재방송료는 처음에 프로젝트를 라이선싱해서 얻은 수익에서
지급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실연자에게 다시 지급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작품이 단체협상 계약 하에 제작되지 않았다면, 이러한 지급금에 대한
계약상의 근거가 없으므로 실연자들은 재방송료를 받지 못하게 됩니다.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 중 하나는, 이러한 재방송료를 기업은 ‘이중 보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 저작권법은 시청각 실연자의 권리는 인정하지만,
명시적으로 규정되지 않는 한 그 권리는 제작자에게 양도된 것으로 간주됩니다. 이로 인해
OTT 플랫들로부터 적절한 재방송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국회의원들과 협력해
법제화를 시도했지만, OTT 플랫폼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결국 실패했습니다. 그들 역시
이중 보상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작년 미국배우노조의 협상에서 이런 반대에 놓인 적이 있나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했는지
궁금합니다.
국제배우연맹(FIA)
●
은 배우들이 계약에 따라 받는 출연료와 법에 의해 받는 재방송료는 이중 보상이
아니라고 몇 년 전부터 주장해 왔습니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다른 것이며, 배우들은
자신을 위해 최고의 계약을 협상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협상은 개인적으로 할
수도 있고, 단체를 통해서 할 수도 있습니다.
정부는 연기자들이 받는 돈이 공정하게 지급되도록 해야 한다고 봅니다. 유럽에서는
배우들이 계약에 따라 재방송료를 받고, 단체 관리 기구를 통해 최종 사용자(예:
넷플릭스)로부터 추가적인 돈을 받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 기구는 연기자들을 대신해
돈을 모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이것이 이중 보상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연기자가 계약 협상에서 최저 시급보다 더 높은 금액으로 협상했다면, 그 연기자는 계약상
더 많은 출연료를 받을 권리가 있으며, 재방송료나 추가 사용료를 받는 것은 이중 보상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이는 협상된 보수 문제이며, 출연료와 재방송료는 서로 다른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또한 제작자가 판매나 라이선스를 통해 얻는 수익에서 나오는 지급금과 스트리밍
플랫폼이나 방송국이 시청자에게 제공한 콘텐츠의 사용료 일부를 재방송료의 형태로
관리단체에 지급해 연기자에게 분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독립적인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 조합의 입장입니다. 연기자들은 공정한 보상이 매우 절실합니다. 실연자나
예술가로서 생계를 유지하고 경력을 쌓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기업들은 실연자에게
공정한 보상을 지급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충분한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수 십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기업들이 실연자에게 공정한 보상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입니다.
국제배우연맹(FIA, International Federation of Actors) : 1952년에 설립된 세계적인 배우
연맹으로, 배우들의 노동조합, 길드, 전문 협회를 모아 구성된 단체이다. 전 세계 60개
이상의 국가에서 80여 개의 회원 조직을 대표하며, 수십만 명의 배우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
말씀해주신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기업이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기밀유지의 문제입니다. 적절하고 공정한 보수를 정하기
위해서는 사업 수익의 투명성이 필요하고, 따라서 저작권법 개정안에는 서비스 제공자(OTT
플랫폼)의 정보공개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법안에 반대하는 이들은 ‘정보공개 의무’가
기업의 자유와 비밀을 침해한다고 주장합니다.
‘할리우드식 회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데, 그것이 실제로 존재하나요?
네, 할리우드 회계
●
는 실제로 존재합니다. 그래서 우리 조합의 단체협상에서는 항상 재방송료를 총수익(gross
revenue) 기준으로 산정합니다. 이른바, ‘할리우드식 회계’의 주된 이유가 순수익(net
revenue)의 산출 방식에 있기 때문입니다. ‘오징어 게임’을 예로 든다면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작품과 관련없는 각종 비용을 추가해
수익을 줄여서 결국 이익이 없다고 주장해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는 거죠. 그래서 우리는 늘
재방송료 산정공식을 어떠한 공제없이 총수익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비율이 적더라도,
순수익보다 총수익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왜냐하면 순수익에서는 ‘할리우드식
회계’방식이 작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할리우드식 회계 : 다양한 비용을 과다하게 계산하거나 부당한 비용을 추가함으로써
순수익을 줄이는 방식. 예를 들어, 제작자가 실제로 발생하지 않은 마케팅 비용을 추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순수익을 줄일 수 있다.
기업에서 자료를 받긴 하지만, 여전히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미네요
네, 확인 절차를 위해 별도의 감사업체를 통해 공정하게 감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외부로 내부 자료를 수치화하여 공개하지 않지만, 기업과 상호 합의된 제3의 감사업체가
기업의 재무기록을 직접 검토하고 확인합니다. 만약 오류가 발견되면 해당 내용을 파악하여
필요시 추가적인 청구가 이루어지고, 미지급 금액은 이자나 지연 지급 손해배상과 함께
지급됩니다. 따라서 기업이 자료를 조합에게 직접 공개하지 않더라도 확인할 수 있죠.
그렇게 감사를 하기까지 합의가 꽤 힘겨웠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감독조합(Director's Guild)과 작가조합(Writer's Guild)과 함께 공동으로
감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3조합 감사(Tri-Guild Audit)라고 부릅니다. 감독조합,
작가조합, 배우조합이 함께 감사를 고용하며, 부분적으로 스튜디오와 노조가 비용을
분담합니다. 그런 다음 감사 회사가 세 개의 조합을 대신하여 감사를 진행합니다. 이
시스템도 단점이 없진 않지만, 시행 후 수년간 수백만 달러의 미지급 재방송료를 찾아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데 전념하고 있습니다.
그런 시스템으로 협업하고 있다니 놀랍습니다. 그래도 거짓말을 할 수도 있지 않나요?
상대가 고의로 거짓말을 하거나 실수를 할 수 있기에 감사를 진행하는 것이며, 이 과정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감사를 완료하는데 보통 1년 이상 걸리며, 순환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기업은 3년에서 4년마다 감사를 받게 되고, 그동안 발생한 모든 미지급금을
찾아내 지급 받습니다. 기업들은 좋아하지 않지만 그들도 이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협상 초기 목표였던 수익의 2%는 OTT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스트리밍 시간과 같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계산했습니다. 이 데이터는 OTT 기업들이 외부공개를 꺼리는 정보이죠. 파업 후
체결된 합의에 따르면, 미국배우조합이 받게 될 자료는 성공 지표(Success Matrix)라고
불리는 것을 적용해서 한다고 하는데, 이는 국내 시청 횟수를 국내 총 가입자 수로 나누어
계산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베르디가 넷플릭스와 체결한 합의에 따르면, 추가 재방송료는 이른바 ‘시청 완료수’를
기준으로 지급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독일에서는 노조에 더 상세한 데이터가 제공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좋은 질문입니다. 베르디
●
의 구체적인 합의 조건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우리의 경우, 말씀하신 대로 처음에는
스트리밍 플랫폼의 순수익이 아닌 총수익의 2%를 추가 재방송료 형태로 받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회사들이 직접적인 수익 연결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구독자 수와 시청률의 조합을 기반으로 하는 접근 방식으로 전환했죠.
시청률 데이터를 포함하는 이유 중 하나는 스트리밍 플랫폼으로부터 시청률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이건 아주 흥미로운 주제인데요, 왜냐하면 협상 중에
많은 기업들이 스트리밍 플랫폼이 자신들과 별개라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 계약은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와 체결된 것이지 디즈니 플러스 LLC와 체결된 것이
아니며 OTT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모든 플랫폼을 동일한
CEO가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협상에서 저는 이 점을 직접적으로 지적해, 모든 플랫폼을 동일한 사람이 운영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솔직해지자고 했습니다. 결국 그들은 시청률 데이터를 제공하는데
동의했습니다. 제 관점에서는 우리가 받을 자격이 있는 보상금 집행을 위해 필요한
투명성이 충분히 확보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저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베르디(Verdi, Vereinte Dienstleistungsgewerkschaft) : 독일 최대 노동조합 중 하나로
다양한 서비스 산업 종사자들을 대표하며, 방송, 예술, 미디어 분야의 노동자들을 포함한다.
연대의 힘
© Los Angeles Daily News
작년 파업으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작년 파업은 매우 인상적이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조합원들의 의지와 노조와의 연대는 매우 강력했고, 그 연대가 협상
테이블에서 더 큰 힘을 준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개인의 조합원들에게는 파업에
참여하는 것이 어려운 결정일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제작자들이 입은 손실에 대해 책임을
질 위험은 없었나요?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노조 측면에서 본다면, 미국의 집단 협상과 파업에 관한 규칙은
연방법에 잘 규정되어 있으며, 노조가 불법적인 행위를 하지 않는 한 그런 종류의 책임을 질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조합의 파업이 조합원들과 업계의 다른 노동자들에게 미칠 영향을
걱정했습니다. 사람들의 급여가 끊기면 큰일이니까요. 그래서
파업이 시작되자마자 미국배우노동조합재단이 모금 캠페인을 시작했고, 일주일 동안 유명
배우들로부터 1500만 달러(한화 약 195억 원)의 기부금을 모아 파업으로 인해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조합원들을 위한 긴급지원기금을 마련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많은 조합원들이 제작진과 다른 업계 노동자들을 위한 구호 기금을 모금하는
데도 도움을 주었습니다. 실제로 우리 재단은 그 기간 동안 약 1000만 달러(한화 약 100억
원)의 긴급지원기금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지원했습니다.
런던에서 열린 <오펜하이머> 시사회에서 파업이 시작되자마자 조합원들이 현장을 떠나는
모습이 저에겐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드웨인 존슨을 비롯한 유명 배우와 조합원들은 모금
활동을 도왔다고 들었습니다.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이 진심으로 파업을 지지하고, 파업을
결정한 노조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우리가 투쟁하던 문제들이 매우 중요하고 의미가 있었고 파업을 결정할 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우리는 조합원들과 많은 소통을 했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상황을 잘 알고 있었고, 파업을 결정하는 투표에서는 회원의 98%가 찬성했습니다.
이는 우리가 공정한 협상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데 강력한 지지가 있음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모두 피켓라인에서 함께 섰습니다. 단결, 공동체, 연대감이
있었습니다. 작가조합(WGA), 감독조합(DGA), IATSE
●
, Teamsters
●
, AFM
●
등 모든 노조가 우리를 지지했습니다. 대중의 지지도 매우 컸습니다. 독립 여론조사기관이
파업 중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대중의 2/3가 우리 조합과 작가조합을
지지했으며 응답자의 80%는 우리가 싸우고 있는 문제들을 지지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결심을 다지게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결국 승리했습니다.
IATSE(International Alliance of Theatrical Stage Employees) : 영화, 텔레비전, 공연,
방송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다양한 기술자, 예술가, 공예가들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이다.
Teamsters: 공식명칭은 IBT(International Brotherhood of Teamsters)이며 1903년에 설립된
미국의 대형 노동조합이다. 주로 트럭 운전사, 물류 및 창고 근로자, 공공 서비스 분야의
근로자들이 속해 있으며, 현재 140만 명 이상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다.
AFM(American Federation of Musicians) : 1896년에 설립된 음악가들을 위한 노동조합이다.
북미 전역에서 활동하는 8만 명 이상의 음악가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공정한 임금, 저작권
보호, 근로 조건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파업 참여를 위한 자격이나 요건이 있었나요?
모든 조합원들은 파업규정을 준수해야 했습니다. 작년 7월 14일 새벽 12시 1분(태평양
시간)부터 노조의 모든 조합원들은 파업에 동참하고, 파업 중에는 어떤 작품도 하지 않도록
의무화되었습니다. 16만 명 모든 조합원들이 피켓라인에 서야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수만 명의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여했으며, 조합원이 아닌 많은
인플루언서와 소셜 미디어 콘텐츠 제작자들도 나와 함께한 것은 물론, 다수의 정치인, 정부
관계자, 스포츠 인사 등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피켓라인에 참여하기
위해 특정 자격이 필요하지는 않았습니다.
던컨 크랩트리-아일랜드 씨는 주로 시장에서 강력한 힘을 가진 상대과 협상을 진행하는 것
같습니다. 텔레문도
●
와의 협상에 16개월이 걸렸고, 텔레문도에서 제작을 미국 외로 이전하겠다는 위협에
직면하기도 했습니다. 작년 파업은 4개월 동안 계속되었고, 스튜디오들은 파업이 업계
동료들에게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주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같이 일반적으로, 협상
상대는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력한 상대와 마주했을 때 연대가 약해질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조는 어떤 조치를 취했나요?
다른 노조들과의 강력한 연대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우리는 모든 주요 노조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했으며, 우리 조합원들과 함께 매일 피켓 라인에 섰습니다. 우리는 이
상황을 함께 겪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IATSE와 팀스터즈가 스튜디오와 협상
중인데, 우리도 그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텔레문도(Telemundo) : NBC유니버설(NBCUniversal) 소유의 미국 스페인어 지상파 텔레비전
네트워크.
그렇다면 일종의 가족과 같은 강한 유대감이겠군요.
가족 유대감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접근 방식은 다를 수 있지만, 우리의 핵심
목표는 동일합니다. 즉, 업계의 노동자들이 공정하게 대우받고, 정당한 보상을 받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서로를 지원합니다. 파업 전, 우리 조합원들은 두 달 동안
작가조합과 함께 피켓을 들었는데, 작가파업이 먼저 끝났지만 작가조합원들은 우리의 파업이
끝날 때까지 함께했습니다. 큰 회사들이 단결하는 것처럼 우리도 단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힘을 키울 수 있고, 세계에서 가장 큰 미디어 회사들에 맞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협상가들 간의 관계는 어떠한가요? 회사 측 협상가와의 관계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서로 예의를 갖춘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양측의 수석협상가들이 서로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효과적으로 협상할 수 있으니까요. 특히 파업이나 논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신뢰 관계가 위기를 겪을 수 있지만 우리는 그 과정을
극복해냈습니다.
앞으로의 방향
© OUT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는 최근 한국 외 조직들과 협력을 시작했으며, 국제 조직의 회원이
되는 것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사업이 국경을 넘어 확장됨에 따라 전 세계 연기자들의
연대가 개별 실연 권리를 촉진하는 데 매우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Global Audio Visual
Alliance(세계시청각연합) GAVA가 곧 설립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미국배우노조도 GAVA의
설립을 크게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GAVA가 어떤 활동을 펼치길
기대하시나요?
국제적인 차원에서 시청각단체와 저작권관리단체들의 대표성이 부족했습니다. SCAPR
●
의 임무에 포함되어 있지만, 이 단체는 주로 음악과 오디오 분야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청각분야에 집중하는 GAVA와 같은 조직이 존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GAVA의 설립을 매우 기대하고 있습니다. GAVA가 전 세계 시청각분야에서
활동하는 집단관리단체들의 강력한 협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우리 노조도 GAVA의 회원이
될 예정입니다. 우리는 국내외 회원들을 위한 저작권관리단체(CMO)로 활동하고 있으며,
GAVA의 다양한 회원들이 맺을 관계가 매우 유익할 것이라고 봅니다.
SCAPR (Societies’ Council for the Collective Management of Performers’ Rights):
1986년에 설립된 국제 비영리 단체로,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두고 있다. 전 세계 41개국의
56개 실연자 권리 관리 단체(CMO)를 대표하며, 실연자들의 권리 관리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GAVA와 비롯해 앞으로도 더 자주 뵐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많은 경험과 생각을
공유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독자들과 실연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물론입니다. 여러분이 실연자를 위한 강력한 저작권관리단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미국을 포함해 모든 나라의 기업은 매우 강력합니다.
예술가로서 창작한 작품의 제작자와 사용자 모두와 협상하려면 집단적 대표, 단체 협상,
그리고 권리의 집단적 관리를 통해서만 연기자들이 그들에 맞설 수 있습니다.
모두가 이 단체들을 지지해 주시기를 바라며 미국배우노동조합와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
그리고 한국 단체 간의 관계가 지속 발전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