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칼럼
방송에서 영상으로
협회 명칭 변경의 의의

조병한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 기획운영팀장

KoBPRA WEBZINE vol.87

우리 협회의 명칭이 변경될 예정이다.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에서 방송을 영상으로 바꾸어 ‘한국영상실연자권리협회’이다. 지난 5월 3일 전체총회에서 의결한 정관 개정안에 따른 변경이다. 추후 협회가 의결한 정관 개정안을 문화체육관광부가 승인하면, 정관 개정안이 효력을 발함에 따라 협회의 명칭이 변경될 것이다.
혹자는 영화나 OTT에 대한 특약이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변경이 적절한지 묻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명칭 변경은 다매체 환경에 놓인 문화산업의 시대적 변화에 조응하여 우리 회원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방송’ 용어의 모호함 해소:
송신 방법이냐, 콘텐츠 장르냐

우리 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허가받은 저작권 신탁관리의 범위는 ‘방송실연자의 권리’로 정해져 있다. 저작권 신탁관리업을 영위하기 위하여서는 이처럼 일정한 범주를 정하고 문화체육관광부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그런데 ‘방송’이라는 용어는 이중적 의미로 인하여 협회의 신탁관리범위를 모호하게 만드는 면이 있었다.
예를 들어, 방송은 다음과 같이 쓰인다.

① 오늘 촬영분은 지상파 채널을 통하여 다음주 목요일 저녁 10시에 방송됩니다.
② 요즘 방송은 주로 OTT플랫폼을 통하여 유통됩니다.

위 두 가지 예시는 방송의 다른 의미를 담고 있으나 단어의 의미에 유의하지 않으면 그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그러나 사소한 의미의 차이가 협회의 신탁관리범위 해석에 작용하면 그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먼저 ①의 ‘방송’은 송신 방법으로서의 방송이다. 이는 방송의 본래 의미다. 방송법과 저작권법에 정의된 ‘방송’은 이와 같은 본래 의미를 담고 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방송법상 방송(방송법 제2조 제1호)
방송프로그램을 기획·편성 또는 제작하여 이를 공중에게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송신하는 것

저작권법상 방송(저작권법 제2조 제8호)
공중송신 중 공중이 동시에 수신하게 할 목적으로 음·영상 또는 음과 영상 등을 송신하는 것

방송법과 저작권법은 모두 방송을 ‘송신하는 것’이라 정의하였다. 송신의 객체는 각각 ‘방송프로그램(방송법)’, ‘음·영상 또는 음과 영상(저작권법)’이다. 방송이라는 용어는 무언가를 광범위하게 송신하는 행위를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므로 이러한 정의는 자연스럽다.
그런데 오랜기간 방송이 행하여지면서 방송을 통해 전달되는 무언가를 자연스레 방송이라 부르게 되었다. 일상의 용례에서 ‘방송프로그램’을 ‘방송’이라 불러도 대부분 의미상 차이가 없는 것이 근거다. 방송이라고 하면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 등을 떠올릴 수 있다. 즉 방송이라는 용어는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의 상위 범주로서 영상물의 장르를 의미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위 ②에 해당하는 방송의 의미다.

문제는 협회의 신탁관리범위 ‘방송실연자의 권리’에서 ‘방송’이라는 용어가 송신으로서 방송이냐, 콘텐츠의 장르로서 방송이냐 하는 것이다.
만약 송신으로서 방송이라 한다면 간혹 특집으로 방송에 편성되는 영화는 방송인 반면, OTT플랫폼을 통하여 전송되는 드라마나 예능은 방송에 편성된 전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방송이라 할 수 없다. OTT플랫폼은 방송이 아니라 전송이기 떄문이다. 이러한 해석은 동일한 유형의 영상물에서 실연하더라도 그것이 유통되는 방식에 따라 방송실연자가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는 혼란을 초래한다.

반면 ‘방송실연자’의 ‘방송’을 콘텐츠의 장르로서의 방송이라 해석한다면 문제가 없다. 방송 장르의 실연자로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해석을 적용하면 드라마나 예능이 OTT플랫폼을 통하여 전송되는 경우에 그 실연자를 방송실연자라 볼 수 있는 반면, 영화의 실연자는 범주에서 제외된다. 이것이 협회가 본래 의도하였던 ‘방송’의 의미이다.
그러나 문제는 저작권법상 정의된 ‘방송’이 송신으로서 방송이라는 점이다. 저작권 신탁관리업 허가범위에 사용되는 모든 어휘가 반드시 저작권법에 정의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명백하게 정의된 저작권법상 ‘방송’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즉 협회의 행정적 필요로 인하여 이중적 의미를 지닌 ‘방송’을 대체할 새로운 용어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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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활동 범위의 확대:
방송·영화의 OTT로의 수렴

앞서 살핀 이슈가 행정적인 것이었다면, 그보다 본질적인 이유가 있다. 미디어환경이 OTT플랫폼을 중심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회원의 관점에서 보면, 드라마에 출연하던 연기자가 OTT오리지널콘텐츠에 출연하고 영화에 출연하던 연기자도 OTT오리지널콘텐츠에 출연하게 되었다. 물론 이전에도 영화배우가 종종 드라마에 출연하고 방송연기자도 영화에 출연하면서 장르의 경계가 희미해진 면이 있었지만, 각 영역을 고수하였던 연기자가 존재하였다. 그러나 OTT플랫폼이 등장한 이후로 모든 연기자가 OTT오리지널콘텐츠에 활발히 출연하면서 경계선이 더욱 희미해져 버렸다.

그렇다면 OTT오리지널콘텐츠는 방송에 포함되는 것일까? 방송에 포함된다면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가 OTT오리지널콘텐츠에 대하여서도 협상을 시도할 수 있다. 협회의 입장에서는 번거로이 정관을 개정하여 명칭을 변경하지 않고 기왕의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이므로, 유불리만 따지자면 OTT오리지널콘텐츠 또한 방송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경제적이라 할지라도 명백한 사실을 왜곡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실상 OTT오리지널콘텐츠는 방송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 OTT오리지널콘텐츠는 방송에 편성되지 않고 오로지 OTT플랫폼을 통하여서만 유통되는 콘텐츠를 말하며, 그 송신방법은 저작권법상 전송이기 때문이다. OTT오리지널콘텐츠는 제작 방식이나 유통구조에서도 기존의 방송콘텐츠와 차이를 보이며 영상미학적 측면에서도 영화와 드라마의 표현기법이 혼재된 형태를 보여주고 있으므로 OTT오리지널콘텐츠는 방송콘텐츠와 구별되는 별개의 장르라 보아야 마땅하다.

이러한 이유로 협회는 신탁관리범위를 ‘방송’에서 ‘영상’으로 변경하는 정관 개정안을 의결한 것이다. 영상은 방송과 OTT오리지널콘텐츠, 영화를 모두 포괄하는 용어이므로 의미가 명확하다. 또 저작권법에서도 ‘영상저작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신탁관리범위의 용어가 모호하여 혼란이 발생할 여지는 없을 것이다.

남겨진 과제

협회가 명칭을 변경한다고 해서 곧바로 OTT오리지널콘텐츠에 대하여 사용료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여러 차례 웹진을 통하여 설명하였듯, 저작권법상 우리 시청각실연자의 권리는 특약이 없으면 영상제작자에게 양도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협회가 OTT플랫폼과 특약을 체결해 낸다면 저작인접권 사용료가 발생하겠지만, 시장 지배적 지위의 OTT플랫폼 넷플릭스는 협회의 협상 요청에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서는 이른바 ‘공정한 보상’의 입법적 도입이 절실하다. 우리 협회는 지난 제21대 국회에서 임오경 의원과 협력하여 영상창작자에 대한 공정한 보상을 도입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데 노력하였으나, 올해 5월 제21대 국회의 임기가 종료됨에 따라 개정안은 자동 폐기되었다. 우리 협회는 제22대 국회에서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입법이 이루어지기 위하여서는 많은 사람이 목소리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사회구성원이 영상창작자에 대한 공정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는 것이다. 그 절차로 국회의 논의가 필요할 것이고 학계와 정부의 의견도 보태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 영상창작자 스스로의 목소리이다. 우리 회원 개개인은 “산업 생태계를 위하여, 신인 창작자를 위하여 공정한 보상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보탤 수 있어야 한다. 각계의 목소리가 보태져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진정으로 형성된다면, 비로소 우리 시청각실연자가 그토록 염원하던 저작권법 영상저작물 특례의 개정이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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