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소식

대형 OTT가 허무는 경계 속에
국내 영상산업의 생존을 위한 필연적 변화

이번 호 문화 칼럼에서도 잠깐 언급되었지만,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OTT의 시대가 되었다. 투자, 제작, 유통, 소비라는 공고한 관계가 구축된 산업 프레임은 적응할 시간도 채 갖지 못하고, 소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새로운 판 위에 서게 되었다. 아니, 세워졌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버티는 자가 이긴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지금은 '빠른 적응과 변화만이 생존한다!'는 말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문제를 인식하고 분석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 영상 산업의 요즘이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글로벌 OTT가 던진
외면할 수 없는 숙제들

영화 산업 _ 글로벌 OTT의 확산은 소비자에게 많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반면, 소비자들의 활동 반경을 좁히고 있는 게 분명하다. 팬데믹과 OTT가 연이어 등장하면서 영화 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극장가는 팬데믹 이후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대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예전으로의 복귀를 꿈꿀 만큼의 상황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견해는 단지 관객의 발길이 줄어든 시장의 위축뿐 아니라, 글로벌 OTT 확산 이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제작비 상승으로 작품 제작 수가 현저히 줄어든 현상만 봐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작년 기준 메이저급 영화 투자사가 내놓은 26편의 작품 중 단 5편만이 손익분기점(BEP)을 넘겼다는 기사를 통해서도, 한 때 명성을 날린 투자사 관계자가 이제 영화 투자는 접겠다는 말이 단순한 토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지상파 _ OTT로의 집중은 레거시 미디어인 지상파에게도 외면할 수 없는 숙제를 남겼다. 지상파의 비중이 줄어든 정도를 넘어 최근에는 평일 드라마 중 시청률 0.9%가 나오면서 지상파의 영향력 감소가 정확한 수치로 입증되었다. 기업 광고나 PPL이 대부분 지상파 3사로 분배되었던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각종 SNS 채널과 플랫폼에 분산되면서 지상파의 광고 수익이나 매출도 큰 폭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시장이 대안? _ 국내 제작비 상승으로 인해, 글로벌 OTT 제작사들은 최근 일본 시장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으로서는 국내 제작비 절반으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을 시작으로 한국 콘텐츠의 전 세계적인 흥행으로 치솟은 소위 '배우의 몸값'이 제작의 가성비를 타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최근 한효주 주연의 <로맨틱 어나니머스>가 제작에 들어갔고, 제작비 증가가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일본으로의 이동 현상 또한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상파의 독립 제작사 출범,
생존을 위한 적응기

독립 제작사 _ 외주 제작사와의 협업을 통해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방송사들이 협업을 넘어 자체 제작사를 속속 설립하고 있다. MBC는 '모스트267'를 SBS는 '스튜디오 프리즘을' 출범시켰다. 모스트267은 콘텐츠 제작 뿐 아니라 IP 비즈니스 사업까지 확대할 예정이며, 스튜디오 프리즘은 예능 전문 스튜디오라는 전문성을 가지고 사업 확장의 목표를 밝혔다. 아직 IP를 독점하고 있는 글로벌 OTT의 수익 구조로 작품이 성공해도 보상을 받지 못하는 한계도 있지만, 지상파의 생존을 위해서 시작하는 외주 스튜디오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