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글로벌 OTT 국내 진출 10년과 국내 레거시 방송미디어의 향방
글로벌 OTT로 인한 대한민국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 어떻게 봐야 하는가?
노창희  ㅣ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

KoBPRA WEBZINE Vol.89

2025년은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한 지 10년째 되는 해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OTT의 국내 진출은 대한민국 콘텐츠 글로벌 인지도의 비약적 향상, 제작비 상승 등 국내 미디어 생태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복합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미디어 생태계의 역학을 단선적인 차원에서 좋다, 나쁘다 로만 볼 수는 없다. 글로벌 OTT 국내 진출 10년이 되는 시점에서 글로벌 OTT가 미친 영향과 앞으로의 쟁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넷플릭스,
국내 진출 10년의 의미는?

2024년 12월 <오징어 게임> 시즌2가 공개되었다. <오징어 게임>은 대한민국과 넷플릭스에 각별한 의미를 지닌 상징적인 콘텐츠다. 대한민국 입장에서 <오징어 게임>은 자국에서 제작한 콘텐츠 중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을 뿐 아니라 에미상에서도 남우주연상과 감독상을 시상하는 등 6관왕을 차지하며 비평적 관점에서도 큰 성취를 이뤄냈다. 넷플릭스에게도 <오징어 게임>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비영어권 콘텐츠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두었고, 자신들이 자평하고 있듯이 시대정신을 담아대는 데도 성공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은 대한민국 미디어 생태계에 큰 과제를 남겼다. 글로벌 사업자와 어떻게 협업해야 지속가능한 대한민국 미디어 산업의 발전이 가능할 것인가라는 숙제를 남긴 것이다.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IP 관련 문제뿐만 아니라 글로벌 OTT가 대한민국 미디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대한민국 미디어 산업이 고민해야 중요한 변수다.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한 게 2016년이니 2025년은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한 지 햇수로 10년째가 되는 해다. 이후 디즈니 플러스도 국내에 진출했고, 글로벌 OTT들은 국내 콘텐츠 제작시장에 주요한 투자처로 자리 잡았다.
디지털 대전환의 심화는 동영상 이용 환경을 디지털 플랫폼 주도로 변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지상파, 방송채널사업자, 유료방송 등 레거시 방송미디어의 영향력은 약화되고 있다. 레거시 매체들의 존재감 약화에 글로벌 OTT를 포함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동영상 소비 증가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디지털 대전환에 따른 디지털 플랫폼 중심의 동영상 소비 증가는 비가역적이다. 물론, 내수시장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대한민국 미디어 시장에서 디지털 시장에서의 고전은 우려를 낳을 수밖에 없는 양상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OTT 사업자는 국내 콘텐츠에 꾸준히 투자해 왔고, 국내 콘텐츠 산업의 인지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해 왔다.

issue
글로벌과 로컬의
긴장과 협력

대한민국은 미디어 산업 측면에서 매우 독특한 위상을 가지고 있다. 필자가 강의할 때 즐겨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특수하게 산업화’되어 있다. 오래전부터 미디어 시장을 미국으로부터 잠식당한 유럽의 주요국들은 미디어 산업이 자생력을 잃은 상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미디어, 문화산업은 한류의 맹아기였던 21세기 초부터 동아시아를 시작으로 해외에서 영향력을 높여 왔으며, 글로벌 OTT와의 협업은 탈 아시아의 계기가 되었다.

글로벌 사업자와 국내 사업자가 맺고 있는 관계를 ‘긴장과 협력’이라는 용어로 표현할 수 있다. (BTS와 트로트 열풍, 글로벌과 로컬 사이의 긴장과 공존. (아주경제, 노창희, 2020년 9월 23일)) 글로벌 사업자들이 국내에서 영향력을 높여 가면서 발생할 수 있는 긴장 관계는 긴장대로 대응해 나가면서 글로벌 사업자와의 협력 구도도 형성해 나가야 하는 것이 현재의 복합적인 미디어 환경이다.

국내 레거시 방송미디어 사업자들은 방송광고 매출 급감, 유료방송 가입자 시장 감소 등의 현실에 대응하면서 글로벌 OTT 사업자와 긍정적인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협업 구도를 마련해 나가야 한다. 지상파 사업자들의 경우 글로벌 OTT 사업자들과 콘텐츠를 공동으로 제작하고 있을 뿐 아니라 유튜브를 2차 플랫폼의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의 흐름 속에서 영향력이 감소한 것은 분명하지만 글로벌 사업자들과 협업을 통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동영상 이용 환경은 OTT 등 디지털 플랫폼에 유통된다고 해서 시청률에 악영향을 주는 단선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미디어 환경이 아니다. 오히려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에서의 이용률이 높아질 경우 시청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가능한 역동적인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 가령, 2024년 10월부터 MBC에서 방영되었던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의 경우 TV와 OTT 모두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 티빙에서 공개된 ‘정년이’의 경우 OTT에서의 반응도 좋았지만 최종회에서 16.5%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TV와 OTT 모두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 냈다.

오래전부터 스튜디오화, OTT 플랫폼 진출 등 다변화된 미디어 환경에 적응해온 CJ ENM을 비롯하여 지상파들도 스튜디오를 만들어서 현재의 환경에 대응하고 있다. 방송사의 스튜디오화는 탈 방송채널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탈 방송채널 전략에서 중요한 지점은 OTT와의 협업이며, 여기서 글로벌 OTT는 중요한 협력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issue
양적 성장의 한계를
가치 제고 전략으로 극복

글로벌 OTT와 제작비 상승에서 주목되는 부분 중 하나는 특정 출연진의 제작비 상승과 관련된 이슈다. <오징어 게임> 시즌2에 출연한 이정재의 출연료는 회당 약 15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스타급 배우의 출연료 상승으로 인한 제작비 부담 증가도 문제지만 출연진 사이의 양극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앞서 드라마 제작 편수 감소를 얘기했지만 극장 시장의 어려움으로 인해 영화 제작 편수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새로 제작되는 한국 영화가 과연 몇 편이 될 것인가 하는 자조 섞인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 영화계의 현실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스타급 배우들의 가치가 높아지는 결코 부정적인 현상만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에 따라 발생하는 양극화에 대응하는 것이다.

2025년은 양적 성장 측면에서 한계를 맞이한 국내 레거시 방송 사업자들이 가치 제고에 집중할 시기라고 판단된다. 제작비 확보를 통한 물량 공세보다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형식 실험을 통한 실질적인 다양성 확보가 필요하다. 출연진도 신선한 신예 발굴을 통해 투자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 전체적인 생태계의 건전성을 높여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방송사의 이와 같은 시도에 대한 정부 지원도 필요하다. 아울러, 반드시 필요한 것은 방송광고 규제 완화, 유료방송에 대한 다양한 규제 완화 등 레거시에게만 가혹하게 적용되고 있는 낡은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다. 국내 레거시 방송미디어 사업자들이 규제로 인해 열등재화 되어 있는 구조는 조속히 바뀌어야 한다.

글로벌 OTT 등 디지털 영역으로 재편이 아니더라도 국내 레거시 방송미디어의 양적 성장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지금과 같이 어려운 시기에 필요한 것은 물리적인 성장이 아닌 새로운 가치 창출과 글로벌 OTT와 같은 다양한 주체와 화학적 시너지를 창출하여 지속가능한 생존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다.

issue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 중앙대학교 언론학박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에서 미디어 산업과 OTT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방송학회와 한국OTT포럼의 연구이사 및 정보통신정책학회 정보통신정책학회지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카이스트와 경희대학교에서 미디어와 문화 산업을 가르쳤다. 다양한 매체에 미디어, 콘텐츠, OTT관련된 기고를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스트리밍 이후의 폴랫폼>, <OTT트랜드 2024>(공동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