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빅블러 시대,
크리에이터의 경계 횡단
크리에이터들은 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을까?
노창희  ㅣ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 중앙대학교 언론학 박사

KoBPRA WEBZINE vol.88

방송에서 주로 보던 스타가 유튜브에 등장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반면, 유튜브에서 경쟁력 쌓은 크리에이터들이 방송에 출연하여 기존의 방송인들처럼 활동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와 같은 빅블러 현상은 왜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본 고에서는 크리에이터 시장의 빅블러 현상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크리에이터 시장의
빅블러 현상

기술 진화에 따른 산업의 변화로 인해 나타나는 주요한 양상 중 하나는 경계의 횡단이다. 특히, 미디어 생태계는 인터넷의 등장과 융합(convergence)으로 인해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해 왔다. 본 고에서 중점적으로 살펴볼 부분은 경계가 모호해 짐을 의미하는 빅블러(big blur)라는 용어를 통해서도 조명되고 있는 크리에이터 시장의 재편이다.

저작권법상 ‘실연자’는 ‘저작물을 연기·무용·연주·가창·구연·낭독 그 밖의 예능적 방법으로 표현하거나 저작물이 아닌 것을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실연을 하는 자’를 의미한다. 저작권법에 근거해서 볼 때 방송실연자는 방송을 통해 예능적 방법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방송실연자에 관한 정의를 살펴본 이유는 플랫폼이 다종다양화되면서 각종 플랫폼에 출연하는 아티스트의 정체성이 이슈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재석, 성시경 등 지상파 방송을 비롯해 기존의 레거시 방송을 주도하던 아티스트들이 유튜브로 진출하는 것은 이제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반면, 유튜버 출신인 덱스, 곽튜브 등의 유튜버들은 방송 출연을 빈번히 하는 것을 넘어 방송에서 수상하는 것 또한 놀라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김세아, 2024. 7. 20) 유튜버는 아니지만 2023년 기안84가 MBC 연예대상을 받은 것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이제 방송계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의 유형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issue

덱스(좌)는 지난해부터 출연한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를 통해 2023 MBC 방송연예대상 남자 신인상을 받았다. 유재석은 2022년 안테나 플러스 유튜브 채널 '뜬뜬'에서 활동하고 있다. © MBC © 유튜브 '뜬뜬'


필자는 다른 지면에서 크리에이터를 레거시 미디어에서 주로 활동하는 방송실연자 1 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하여 사용한 바 있다. (노창희, 2024)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따르면 크리에이터(creator)란 ‘무언가를 창조하거나 존재하게 하는 사람이나 사물’을 뜻한다. 크리에이터는 창의적인 창작활동을 하는 주체를 포괄하는 가장 광의의 개념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개념이다. 방송실연자와 온라인 플랫폼에서 주로 활동하는 창작자를 크리에이터란 개념으로 포괄하여 접근하는 것이 가능하다.

1. 언급한 글에서는 방송실연자가 아닌 아티스트로 레거시 중심으로 활동했던 출연자를 표기했다. 이 글에서는 방송에 주로 출연했던 행위에 의미를 두어 방송실연자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크리에이터들은 왜
활동 반경을 확장하고 있는가?

플랫폼의 확장은 이용자의 선택권을 늘려줄 뿐 아니라 크리에이터의 선택권을 확대해 준다. 플랫폼이 많아지니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콘텐츠에 출연할 크리에이터의 필요성도 높아지는 것이다. 애초에 방송실연자와 온라인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가 명확히 구분된 것은 아니다. 다만 이용자들의 인식과 산업에서의 인식 상 방송 위주로 출연하는 방송실연자와 크리에이터의 모호한 경계가 존재했을 뿐이다.

레거시 미디어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크리에이터들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진출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수익 때문이다. 동영상 매체 이용 환경이 디지털 기반 플랫폼으로 전환되면서 방송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크리에이터들도 디지털 플랫폼에서 수익을 창출할 기회가 열린 것이다. (강혜원, 2023) 영상산업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수성 중 하나는 불확실성이 높다는 것이다. 콘텐츠의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고 그에 따른 수익을 정밀하게 예측하는 것이 어려운 영역이 영상산업 분야다. 크리에이터의 경우 아무리 스타라고 해도 높은 위상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것이 어렵다. 이런 측면에서 출연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늘리고자 하는 니즈는 자연스러운 것이며, 광고 효과가 높고 방송에 비해 다양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자신이 활동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중 하나로 삼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지다.

그렇다면 디지털 플랫폼 기반으로 활동하던 크리에이터들이 방송에 출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창희(2024)는 상징 자본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디지털 플랫폼은 조회 수 등 이용량이 많아도 특정한 취향을 가진 마니아층 중심으로 소비될 가능성이 높지만, 방송은 여전히 매스미디어로서 광범위한 수용자층에게 소구 될 수 있는 매체다. 아울러, 온라인 플랫폼 중심으로 활동하던 크리에이터가 지상파 등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에 출연하게 되면 디지털 영역에서만 출연하던 때와는 여전히 다른 위상을 지니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즉, 이용량이나 영향력 등에서 디지털 플랫폼의 존재감이 압도적으로 높아지기는 했으나 레거시 방송미디어 갖는 상징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 중심으로 활동하는 많은 크리에이터가 방송을 보며 성장했고, 방송에 출연하기를 꿈꾸며 디지털 영역에서 크리에이터로 성장했다. 디지털 플랫폼 중심으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 중 상당수가 방송에 출연하는 것을 로망으로 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된 영상산업에서 방송이라고 해서 디지털 영역보다 출연료가 비싸리라는 보장은 없다. 유튜버로 출발한 곽튜브는 방송 출연료가 유튜브 수익보다 낮다고 언급한 적도 있다. (이민지, 2024. 7. 3) 하지만 방송 출연으로 얻어진 상징 자본이 물리적 자본으로 전환되는 현상도 발생한다. 앞서 언급한 곽튜브는 ‘지구마불 세계여행’ 출연 후 광고를 찍어 수익을 얻었다고 얘기하면서 방송 출연으로 출연료 이외에도 얻은 것이 많다고 얘기한 바 있다. (김소연, 2024. 3. 7)

issue
매체의 형식 변화 속에서
높아지는 크리에이터의 위상

크리에이터 시장의 빅블러 현상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매체는 상호 간에 영향을 받으며 형식적으로 변화 혹은 진화해 나간다는 것이다. 방송은 디지털 플랫폼의 영향을 받고 디지털 플랫폼도 방송의 영향을 받는다. 아니 유튜브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영상들은 애초에 레거시 방송을 소스로 하거나 레거시 방송의 형식을 참조하며 만들어진 것이다. 이와 같은 매체 형식의 변화에 크리에이터들의 경계 횡단이 주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변화의 방향은 지켜봐야겠지만 앞으로도 크리에이터들은 경계를 넘나들며 플랫폼을 다양하게 활용할 것이다. 매체 입장에서는 맥락에 맞는 크리에이터 활용법을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자신이 활동할 수 있는 매체의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설정하는지가 관건이 되었다. 크리에이터 시장의 빅블러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참고문헌 __
1. 강혜원 (2023). 주목 경제 시대, 크리에이터 생태계 다양성이 중요한 이유. <미디어 이슈&트렌드>, 59호, 24-30.
2. 김세아 (2024). 방송계 장악한 유튜버들…곽튜브→풍자, 이젠 수상이 놀랍지 않은 시대가 왔다. <텐아시아>.
3. 김소연 (2024. 3. 7). 곽튜브 “'지구마불' 출연 후 광고 많이 찍어…출연료 외에 얻은 거 많아”. <한국경제>.
4. 노창희 (2024). 숏폼 중심의 소셜 비디오 등장, 크리에이티브 시장 ‘빅블러’ 현상 부추겨. <신문과 방송>, 644호, 33-36.
5. 이민지 (2023. 7. 3). 곽튜브 “방송 출연료, 유튜브 수입 못 따라가” 솔직 (세계 기사식당). <뉴스엔>.

issue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 중앙대학교 언론학박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에서 미디어 산업과 OTT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방송학회와 한국OTT포럼의 연구이사 및 정보통신정책학회 정보통신정책학회지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카이스트와 경희대학교에서 미디어와 문화 산업을 가르쳤다. 다양한 매체에 미디어, 콘텐츠, OTT관련된 기고를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스트리밍 이후의 폴랫폼>, <OTT트랜드 2024>(공동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