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간 고전을 면치 못했던 토종 OTT 플랫폼 웨이브가 이번엔 제대로 된 출발을 했다. 지난해부터 작품 선정을 비롯해 퀄리티 복원이 가능한 소스 확보 등 기술적인 전략을 쌓아 지난 7월 '뉴클래식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메뉴의 위치가 이 프로젝트의 중요도를 보여주고 있다.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한 첫 작품은 2005년 최고 시청률 51.1%를 기록했던 현빈, 김선아 주연의 <내 이름은 김삼순>. 단지 예전 영상을 그대로 방영하는 것이 아닌, 주인공의 러브 스토리를 중점으로 편집해서 기존 16부작에서 8부작으로 압축했다. 이와 동시에 4K 수준의 화질과 음질을 개선하고 자막까지 추가했다. 삼순이는 출격하자마자 웨이브 신규 유료 가입자 수를 상승시키는 데 기여한 1등 프로그램으로 등극했다. 웨이브가 내세운 새로운 클래식의 힘이 어디까지 확장할지 주목된다.
<수사반장>은 전원일기의 회장님이자 국민 아버지, 배우 최불암이 서른 살부터 시작해 20년간 방영했던 드라마다. 최근 <수사반장 1958>로 리메이크되어 큰 호응을 받았다. 웨이브는 <수사반장 1958> 방영 이후 70년대 버전인 <수사반장> 원작의 시청 시간이 전 주 대비 91%, 시청자 수는 74%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눈여겨 볼 만한 점은 증가한 시청자 수의 40%가 2030세대. 지금도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로 젊은 층의 마음을 얻고, 진한 노스텔지어를 자극한 당시 세대의 마음을 얻는 데도 성공했다. 특히 <수사반장 1958>의 마지막 장면은 드라마인지 실제인지를 구분하기 힘들 만큼의 감동적인 리얼리티를 전했다는 평가다.
손석희가 진행하는 <질문들>에 출연한 김태호 PD에게 앳된 모습의 여고생은 어릴 때부터 ‘5분순삭’과 같은 숏폼을 통해 <무한도전>을 보며 자랐기 때문에 자신도 ‘무도키즈’라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수많은 예능 중에 왜 굳이 무한도전이냐는 재질문에 우선 재미있고 소재가 다양하다고 설명하며, 알아서 관련 영상을 자주 보여줬다며 ‘알고리즘’에 대해 언급했다. <무한도전>의 압축 영상들은 MBC의 유튜브 채널에서만 지난 1년 4개월간 총 13억 회의 누적 조회수를 기록했다. 알고리즘 전쟁, 알고리즘 지옥이라는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자연스럽게 사용될 만큼 알고리즘의 힘을 막강하다. 당분간 숏폼의 천국에서 알고리즘의 기술력은 마케팅 업계뿐 만 아니라 새로운 소비 행태를 재편성할 만큼의 막강한 힘을 계속 키우지 않을까.